후배님의 마음에 십분 공감합니다.
한일고 졸업생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겁니다.^^
우리가 한일고에서 보낸 3년의 시간에 비한다면 수능 성적이나 진학률 따위는 작은 단편에 불과하지요.
바로 이 점이 한일고 졸업생들이 타 학교 졸업생들에 비해 차원이 다른, 무한한 자부심을 갖게되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갑작스럽게 점유율 1위인 신문에 왜곡된 고교 성적 통계가 실린 마당에, 학교입장에서 이를 방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은 이와 같은 명백한 서열 공개가 없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중학생들의 학부모와, 대학교 입학처 관계자들에게는 이 자료가 어느정도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왜곡된 통계로 인하여 한일고가 우수한 입학생들을 유치하는데 방해를 받는다거나, 한일고 후배들이 대입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통계는 졸업생들에게도 미약하게나마 영향이 있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도 한일고가 실제에 비해 저평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한일고 졸업생들의 숫자가 적어서 그러한 측면이 큽니다. 가령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경우 소위 말하는 명문외고들의 졸업생들은 많게는 수십명에 이르며 법대 내 동문회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절대로 모를 수가 없지요. '머릿수'로만 평가하자면 한일고가 열세이기에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 얘기가 나왔을 때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만난 한 선배가 말하길, 자신이 알고 있는 한일고 졸업생이 5명 정도 되는데 공통점은 하나같이 학교자랑을 많이 한다더군요. 이처럼 한일고 졸업생들의 모교사랑이 유별난 편이라 본의 아니게 미움(?)을 사기도 하는데요. 이 때 한일고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몇몇 주요 외고들을 언급하며 한일고의 전국에서의 위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곤 합니다. 때로는 황당하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우리가 한일고에서 얻은 3년 간의 값진 경험들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너네 학교가 공부 얼마나 잘하냐'가 궁금할 뿐이지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고요.
평생을 지탱해 줄 '한일인으로서의 자부심'들을 온전히 간직하려면 우리학교의 위치에 대하여 '머릿수'가 아닌 '비율'에 의한 객관적 공시가 어느정도는 필요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물론 그 공시의 방식은 이번 조선일보의 만행과는 달라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통계의 공개가 정당한지의 시비를 떠나서 이미 통계자료가 공개된 이상, 한일고의 위치가 실제보다 저평가 되었다면 학교 차원에서 정정의 글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처사라고 봅니다. 후배님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2009년에 졸업하셨으면 20기이겠네요. 저랑 한 기수 차이니까 아마 얼굴보면 서로 알 것 같습니다.
졸업생으로서 우리가 더이상 고교성적순위를 어찌할 방법은 없습니다. 왜곡된 산정방식에 대해서 클레임을 거는 것은 학교의 일이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더욱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재학생들의 일입니다.
우리 졸업생들이 할 일은
어떠한 통계가 나오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한일고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수준의 명문학교이며,
수능성적만 강조하는 타 학교들과는 달리 동기들 간의 끈끈한 우정과 인간미를 함양할 수 있는 학교이고,
평생을 한일고 졸업생이라는 무한한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큼 훌륭한 학교라는 점을
누가 듣더라도 인정할 수 있도록 앞으로 열심히 사는 것입니다.
이번 통계 발표 후 한일고 19기 졸업생 커뮤니티에도 글이 올라왔었는데요.
저와 같은 과 동기이자 함께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동호 군이 저와 같은 취지의 글을 먼저 올려 놓은 것을 보고 전화를 걸어 우리가 꼭 열심히 해서 한일고의 위상을 드높이자고 다짐했습니다.
후배님께서도 한일고에 대한 긍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 정진하셔서 꼭 좋은 결과 얻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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