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기 졸업생 최근영입니다.
17기 후배님의 글을 읽고 모든 부분에서 공감하면서 몇가지 보태고 싶은 의견이 있어 글을 남깁니다.
논술을 입시 과목 중의 하나로 분석하는 것에서는 정호웅군의 판단이나 정보가 저보다 훨씬 더 정확할 것입니다. 다만, 논술은 입시과목 중의 하나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현실적인 경험에 비추어 한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는 입시에서의 논술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06-07년에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논술이 본격적으로 대학입시에 영향을 주던 때에 입학하고 졸업한 친구들입니다.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이런 분류를 싫어합니다만)을 졸업한 이 신입사원들이 제출하는 보고서를 검토하다 보면, 이들의 글쓰기 수준이라는 것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배경지식은 풍부한데 이것을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설득하는 글쓰기가 되지 않고, 문장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를 배열하는 것 조차 어색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서작성능력(글쓰기)이 우수한 친구들이 단연코 돋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결국 논술(글쓰기)은 단순히 입시에서의 한 과목이 아니라, 앞으로 자기가 몸담게될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업무능력 혹은 생존을 위한 기술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답이 먼저 있고 그 정답을 정확하게 찾는 것이 지금의 입시정책이라면,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정답을 남들에게 설득하고 주장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논술 교육의 목적입니다.
이러한 논술을 입시에서 1-2점을 커버할 도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 평소에 꾸준히 책을 읽을 것
- 시사주간지를 읽을 것(일간지가 아님)
- 친구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의사소통을 해 볼 것
- 어떠한 형태이건 꾸준하게 글쓰기를 해 볼 것
이러한 훈련이 바탕이 되지 않은 논술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잔기술로 한두단계 높은 대학을 간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회에 나와서는 결국 똑같은 고민을 반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훈련을 하기에, 한일고등학교와 같은 우수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는 몇개 되지 않습니다.비슷한 수준의 지적능력과, 다양한 성장환경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토론하는 것보다 좋은 논술교육은 없습니다. 이러한 토론을 조율하고 정리하실 수 있는 선생님들이 계신다는 것은 말 그대로 금상첨화입니다.
지금 모교의 논술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단순한 점수 몇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논술을 다루고 있을거라 믿고 있습니다.
논술 교육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한두달만에 논술 점수를 올려보겠다는 작금의 사설입시학원의 행태는 한일고 후배들과는 무관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금년 대학입시에서 후배들이 뜻한바가 모두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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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험을 조금 더 소개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 추가해 둡니다.
- 평소에 꾸준히 책을 읽을 것.
고등학교 때부터, 침대에 들어갈 때 책을 한권 챙겨서 읽다가 잠이 드는 버릇이 아직까지 있습니다. 집사람이 늘 핀잔 주는 버릇인데, 잘 안 고쳐지는군요. 사실 늘 입시교육에 힘겨워하는 후배들에게 따로 책 읽을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화장실, 잠자기 전 잠깐동안 비교과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 시사주간지를 읽을 것
제가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논술 교육으로 신문과 사설을 많이 읽으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거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그날 그날, 단신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일간지 기사와 논술은 전혀 별개의 글쓰기입니다. 오히려 여러장에 걸쳐 사건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주간지 기사가 논술에 가깝습니다. 시사에 대한 정보와 관점을 얻는 것에도 주간지가 더욱 정확합니다. 참고로 저는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한겨례21을 꾸준히 구독해왔습니다.
- 친구들과 자주 의사소통 할 것.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 여러성향의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단순한 잡담보다는, 사회 전반에 대한 그들의 관점과 비전을 공감하는 대화가 논술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 글쓰기를 꾸준히 할 것.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연애편지의 정석' 이란 책을 써 보라고 얘기 할 만큼, 편지도 많이 쓰고, 대신 써 주기도 했습니다.
글쓰기가 꼭 딱딱한 분석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이 연애편지여도, 일기여도 좋습니다. 글쓰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위와 같은 경험으로, 저는 논술 모의고사에서도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지금도 사내에서 문서작성에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쉽게 대학입시 때는 논술을 써먹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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