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경택 군 자살 사건 보도와 관련한 입장
KBS 보도본부
2TV 뉴스 제작팀 기자 김정환
안녕하십니까, KBS 보도본부 2TV 뉴스 제작팀의 김정환 기자입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것은, 지난달 23일, 2TV 아침 뉴스 타임을 통해 방송된 고 이경택 군의 자살 사건 보도에 대한 취재진의 입장을 설명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이번에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슬픔과 함께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빠진 학교측에도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아침 뉴스 타임의 보도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학교를 방문해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최용희 상담 실장님을 뵌 자리에서 아침 뉴스 타임의 보도 배경과 취재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설명과 함께, 학교측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유감을 전달했습니다.
경택군의 자살 사건을 취재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12일에 있었던 경택군 일가의 분신 자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당시 경택군 일가의 분신 자살은, 사회적으로 적잖은 충격을 줘 많은 언론에서 이를 다뤘습니다. 그같은 상황에서, 혼자 남은 경택군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고, 그것도 학교를 찾아와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숨진 이번 사건은, 언론으로서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언론의 사회적 책무 가운데 하나가, 약자와 소수에 대한 배려 또는 보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택군의 자살 사건을 취재한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으면, 본 기자 역시 취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 아침 뉴스 타임에서는 경택군의 자살 사건을 취재, 보도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취재 과정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고, 그 결과 보도 내용으로 인해 학교측에게 본의 아닌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 본 아침 뉴스 타임은, KBS 보도본부 기자 인력상의 문제로, 자체 취재보다는 외부의 프로덕션에 외주를 주거나, 자체적으로 VJ와 작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번 경택군의 자살 사건은 후자의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VJ가 학교를 방문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본 기자와 취재 내용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는 등, 취재와 제작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측보다는 유족의 입장이 더욱 강조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물론 학교측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며, 학교측과 학생들이 이제까지 어떤 곤란을 겪었는지는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만, 학교측에서 볼 때 불편하셨을 수 있는 점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교장 선생님 등을 뵌 자리에서 충분히 저희의 의사를 말씀드렸습니다.
한일고등학교 동문 여러분과 재학생 학부도들께 이 글을 올리는 것은, 경택군의 자살 사건을 취재와 보도와 관련해, 충분하진 않아도 대략적인 설명을 드리고, 많은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문 여러분과 학부모님들로서는, 이 글에 대해 다소 만족스럽지 않으실 수 있겠지만, 이번 일은 어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었다는 점과, 앞으로는 좋은 인연으로 연결이 됐으면 합니다. 또 학교측과는, 이번 일로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자는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한일고등학교에 좋은 일들만 일어나고, 동문 여러분과 학부모님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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