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일고 16기 장현철입니다.. 일요일날.. 안좋은 소식이 친구로부터 문자로 왔습니다.. 너네학교 그애 죽었다고.. 그래서 설마설마 하다가 밖에 있어서 네이트로 뉴스 속보를 보니 사실이더군요.. 정말 왜 요즘들어 그런일들이 생기는지.. 우리학교처럼 좋은 곳이 없는데.. 밖에 나와보면 정말 우리학교처럼 좋은 곳이 없는데..
저 역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편은 아니었습니다.. 툭하면 코감기 걸렸다고 공주, 천안으로 외출 나갔다가 오고.. 3학년때는 일주일에 2-3번은 광정으로 무단외출나가서 치킨먹고오고, 삼겹살 먹고 오고, 짜장면 먹고오고.. 선생님들께서는 제가 한일고에서 공부도 열심히 안하고, 자습시간에는 신문보고, 수업시간에는 졸고, 맨날 늦게 들어오고.. 했던것을 잘 아실겁니다.. 후배들 중에도 절 아는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워낙 3학년 중앙홀 계단에서 공부안하고 있어서 후배들이 위에서 많이 봤을겁니다.. 저도 2학년때 중앙홀에서 아래 내려다 보면서 "저 형들은 공부 안하고 뭐하나.." 했었는데 3학년때 제가 그랬습니다.. 잔머리나 굴려서 자습이나 빠질 생각이나 하고.. 자습시간에 나와서 전화나 하고.. 그땐 정말 왜 그랬는지 정말 후회됩니다..
기숙사도, 식당밥도.. 우리학교 만한곳이 없는데.. 지금은 학원에서 도시락 시켜먹고 있는데 밥도 맨날 식어서 나오고 반찬도 맛없고, 한일고밥은 밥도 따뜻하고 반찬도 맛있고 정말로 좋은 식단인데 그땐 왜 그랬는지.. 왜 그렇게 학교에 대해 불만이 많고 짜증을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는 한일고 생활을 성실히 하지 않은 대가로.. 재수를 하고 있습니다.. 재수를 하면서.. 정말로 뼈저리게 느끼는것이.. 나에게 한일고의 환경이 1년만 더 주어진다면, 아니 지금부터 수능날까지.. 남은 150일 정도라도 한일고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정말로 열심히 할 것이고 성공할 것 같습니다..
한일고 선생님들은 수업한번 안들어오신 교감선생님(지금은 교장선생님이 되셨죠..)께서도 제 이름을 외우고 계셨고, 제가 2학년때 카이스트 지원했었던것 까지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밤 10시 넘어서까지 남아서 우리들 자습할때 한시간에 한두번씩 돌아다니시는것이 1학년때부터 쭈욱 보아왔기에 이것이 당연한것인줄 알았습니다.. 선생님도 가족이 있고 자기 자신의 생활을 가진 한 사람이라는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러는것이 당연한것인줄 알았습니다. 선생님들께서 가끔가다 우리도 사람이다.. 힘들고 가족이 있다고 얘기 하실때마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 버렸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학교에 있을때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다른학교에 가지 않고 우리 한일고에 왔다는것이 얼마나 제 인생에 있어서 큰 행운인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작년 이맘때쯤 담임선생님께 여름방학때 집에 나가있겠다고 졸랐었습니다.. 그때는 밖에 나가면 정말 잘 할 수 있을것만 같았고.. 한일고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적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밖에 나와본 지금 엄청나게 틀린 생각이라는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재수를 서초메가스터디 학원에서 하고 있고, 저희 집은 인천입니다. 매일 인천에서 서초동까지 버스타고 1시간 30분씩 통학합니다.. 오고가고 3시간입니다.. 학원갔다 집에오면 11시 30분, 피곤해서 공부도 더 못하고 씻고 자기 바쁩니다.. 다음날 5시 30분에 일어나서 밥먹고 씻고 차 밀리나 텔레비전으로 교통정보 확인하고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생각하다가 6시 30분쯤에 집을 나옵니다.. 한일고에서는 6시나 6시 30분에 기상을 하지만 저는 그시간에 집에서 나옵니다... 밖에 나오면 공부 정말로 열심히 할거 같고, 시간낭비 없을것 같고.. 한일고에서 중간중간에 쉬는시간마저도 공부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쉬는시간에 다 놀고, 점심, 저녁시간에 밥먹고 다 놀아도.. 밖에서 시간낭비하는것보다 적습니다. 집에서 자습한다고 하면.. 저는 1학년 겨울방학때 집에 와서 공부했었습니다.. 처음 2주 정도는 학교처럼 일찍일어나고 열심히 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점점 늦게 일어나고 일찍자고,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잘 듣고, 나누어 주시는 프린트도 상당히 많은데 저는 게을러서 많이 풀지 못했는데.. 거기있는것만 꼬박꼬박 풀고.. 욕심부리지 말고 7시부터 12시까지의 자습시간에만 성실히 임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시간 자습이 적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밖에나와서 재수학원다니면 자습시간 5시간 안나옵니다.. 많은 시간입니다.. 5시간 자습이 적다고 생각하고 밖에 나올 생각하지 말고..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고.. 방학때는 수업시간 중간에도 자습시간이 많은데 그 시간에 엎드려 자지 말고 열심히 하면.. 그 시간만 해도 상당합니다.. 근데 그땐 왜 이런걸 몰랐는지.. 혹시 이 글을 보는 후배들중에 방학때 집에 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한일고에 있는것이 공부도 제일 많이 하고 여러가지로 좋습니다.. 제가 학교에 있을때 얼마나 방학때 집에가고 싶어 했는지.. 그런 제가 졸업한지 6개월도 안되어서 이렇게 뜯어 말립니다.. 그냥 학교에 남아있는것이 제일 좋습니다..
서울대에서 재수생들 모였을때 선생님께서 못가르쳐서 미안하다고, 대학 못보내줘서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최선을 다하셨고 열심히 안한건 바로 접니다..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올해 입시에 성공하는것이 선생님들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기에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떳떳한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한일고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 사감선생님들, 우리의 학교 생활을 도와주신 여러 직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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