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즈음 가까운 지인을 통해 한일고를 알게되고,
들뜬 설레임으로 진학을 준비하여 합격의 기쁨과 이별을 실감하며 입학하고,
학우들의 엄청난 수준차에 뼈아픈 좌절을 맛보며, 지방색과 문화적 충돌에 또한번 절망하면서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비로소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만 1년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아득한 마음에 한숨만 나옵니다.
그동안 우리가족 기분의 일기예보에 일익을 담당한 울아들, 쾌청과 폭풍의 극과 극을 달리듯, 늦은밤 그녀석의 전화 한통은 지옥과 천당을 적절히 맛보게 해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비상구이자 답답한 마음의 위안이 된다는 엄마인 저와의 대화의 결론은 아무래도 끄집어 내려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힘들어 울고 불면서도 끝까지 한일고에 남아 견뎌보겠다는 아들의 고집에 이젠 애써 평온함을 스스로에게 주문하며 짐짓 마법의 힘에라도 기대해 보자면서 저는 드디어 그동안 떠돌기만 했던 객이 아닌 주인으로 오늘 학부모 사랑방을 찾았습니다.
순수하고 어리석기까지한 의협심과 두서없는 열정의 사나이인 울아들은 선배들이 세운 신화같은 성공담의 주인이 되고자 다시금 의욕을 불태우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기 주도적 사고와 근성으로 다시 태어나려 고군분투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자신의 한계에 꼬꾸라지곤 한답니다. ㅠㅠ
오랜 시간 가까이서 지켜본 이웃 엄마는 늘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네아들이 경찰대학에 합격하면 우리나라의 정의가 바로 설거야..." 지금은 턱도 없이 부족한 성적이지만 이제 저는 진정한 한일고 학부모로서 그녀석을 응원하렵니다.
며칠후 다가오는 주말이면 날이면 날마다 밤마다 꿈마다 그리웠던 아들을 만나러 갑니다.
냉방병으로 인해 두통과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오늘은 모자를 한개샀습니다.
-그녀석은 생긴 것과는 달리 저를 닮아 한겨울에는 양말을 신고 자는 아이거든요. ㅎㅎ
아들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날의 스케쥴에 고심하는 애들아빠와 작은 아들을 보며
솟구치는 울음을 참습니다. 그리웠던 만큼 오래 오래 많이 많이 꼭꼭 안아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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