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들 한희한테서 받은 편지입니다.
아직 어리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부쩍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 기쁨과 감동이 가슴속에 오래 남아 있답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버이 은혜
푸른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아
새삼스레 ‘어버이 은혜’라는 노래를 떠올려 봅니다.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돌이켜 보건대 정말 어버이 은혜는 하늘보다 분명 높습니다.
자식들이 그 높은 어버이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
바쁘고 또 바빴던 시험기간이 지나고 바야흐로 평상시로 돌아와 정말 기쁠 따름 입니다. 비록 시험 성적이 생각보다 잘 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아버지 말씀 대로 다음에 좀더 잘하면 되는 것이고 또한 최종 결과를 보고 판단할 일 입니다. 그럼 한결 무거운 마음이 나아 지겠지요.
저는 정말 올곧고 바른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잘못을 할 때면 혼내시는 것보다 가르치시는 걸 중요시 하시는 걸 보면 저는 아직 배울게 많습니다. 매가 말보다 강력하고 효과가 셀지는 몰라도 그것이 오래 가거나 가슴속에 뜻있게 남아 있지 않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가르침으로 저희를 깨우쳐 주시는 부모님은 제 존경의 대상입니다. 항상 말로 표출하지는 않지만 제 가슴 깊이 아버지 어머님의 교훈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자식이면서 훗날 저의 자식에게도 똑 같은 가르침을 해야 될 테니 말이죠.
지금까지 저희를 가르쳐 주시고 일깨워 주시느라 가슴에 한도 많이 맺히셨을 것이고 가슴에 못도 많이 박혀 있으시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그때 좀 더 노력을 했다면 어버이 마음에 못을 하나 덜어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과거에 대한 후회만을 남길 뿐 아무것도 득이 되지 않아 앞으로의 효도할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 이모님의 결혼식 때문에 어버이의 의미를 좀더 뜻 깊게 느꼈습니다. 자식이 부모님의 품속을 떠나 혼자 자립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버이에게는 큰 짐과 고통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아마 할머님의 가슴은 찢어질 대로 찢기셨겠지요. 결혼 식장에서 뵌 할머니 모습에서 자식을 보내는 무한한 상심과 아쉬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영원히 어버이 자식들 입니다. 그러니 추어도 그런 근심 걱정은 하지 마세요. 괜히 그런 걱정으로 아파 하시는 모습이 저희는 싫습니다. 저희는 항상 어버이의 보살핌에 감사하기에 그걸 보답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살핌의 영역이 워낙 크기에 방법을 찾는데 잠시 헤매고 있을 뿐입니다. 그 넓고 높은 은혜에 어떻게 보답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언젠가는 해답을 찾아 보답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저희에게 좋은 것만 주시려 하니 정말 무한히 감사할 따름 입니다.
옛 시에……. 쓴것만 알아 단 것을 모르시는 어버이
단것만 알아 쓴 것을 잘 모르는 아이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글귀를 보고 불현듯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식사 때면 맛있는 것은 손도 대시지 아니 하시는 어머님의 모습, 항상 근검으로 아끼셔서 저희를 윤택하게 해 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지금에서야 감동을 합니다. 이런 저희 모습이 정말 한심하기만 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어버이의 은혜는 갚을 길이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겠지요. 그래서 앞으로 좀더 건강해 지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게을리 하던 운동도 열심히 하구요. 이것 저것 음식을 가려 먹지 않는 것으로 우선 대신하겠습니다. 그래서 꼭 씩씩하고 건강한 자식으로 자라겠습니다.
주체 없이 말을 하다 보니 무슨 말을 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마디로 요약하면 어버이의 은혜를 느껴 편지를 썼고 생각해 보니 그 은혜에 보답할 길이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저희는 어버이를 사랑 할 뿐 입니다.
어버이 정말 사랑 합니다. 영원히 말입니다.
큰 아들 한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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