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학년 학부모입니다
지금쯤 전국의 수재들 틈에서 열심히 적응해나고 있을
1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참고가 될까하여 몇자 올립니다.
내신의 불리함과 선의의 경쟁 속에서 때론 갈등도 느끼고 고민도 하게되는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
꼭 1년여 전 어느날
2006년도에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입학한 정호용 군의
아버지께서 독수리 타법으로 올려 주신 정성어린 글
"한일고 3년을 되돌아 보며" 라는
2000명 이상이 폭발적으로 조회한
시작부터 끝맺음 까지 아주 일목요연하고 기승전결이
뚜렸한 정말 공감가는 名作을 읽어가며 고생하는 아이들생각에 감정이 벅차올라 목이 메였던 기억이 참 새롭습니다
얼메나 호용이 아버님의 글에 매료 되었던지 몇번을
읽고 그 글을 출력하여 저는 204호 학부모님들께 돌리고
학교에선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낭독을
하여 우리 아이들의 진로와 학업에 보탱을 주었었지요
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머리에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시간내어 글로 남겨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생각할때 호용이 아버님의 한일 사랑과
정성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4월 3일자 조선일보에 문갑식 논설위원이 일갈한
"고양이 마을 1등과 호랑이 마을 챔피언을 똑 같이
왕으로 취급하는" 식의 안타깝고 답답한
현 대입 제도의 후진적 모순이 우리 아들들이 한일을
졸업할때 쯤에는 사필귀정이 될것이라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서너줄만 남긴다는 것이 서두가 너무 길어 졌네요
자구하나 수정하지 않은 1년 전에 올려주신 아래의 글 감상하시며 작은 위안과 행복을 느끼시길 기원드립니다
!!!!!!!!!!!!!!!!!!!!!!!!!!!!!!!!!!!!!!!!!!!!!!!!!!!!
[한일고 3년을 돌아보며]
한일고!
지금쯤 교정에는 연산홍이 불 붙겠지...
붉은 벽돌 , 은행나무, 밤나무 숲, 사방을 둘러보아도
오직 이름모를 새 소리와 바람소리 뿐.
정작 안에 있는 아이들은 바깥 풍경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토해내는 곳 ...
아! 한일고 3년 !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한일고가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훈풍 되어 돌아온다.
......
글을 시작하며
컴맹인 나도 한일고 학부모 방은 매일매일 들어왔다.
답답한 마음에 이 방을 찾으면 항상 썰렁 할 뿐,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방 일까...
아직도 젖살 통통한 아들래미를 구작골에 남겨두고
남 몰래 걱정하는 새내기 엄마, 아빠들 모습이
오늘따라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연산홍 고운 빛이 고약한(?) 탓 이련가 ...
한일고 부모님들,
너무도 조심스럽고 겸허한 분들이기에 언제나
이 방에 오셨다가 침묵의 향기만 남기고 떠나는 방.
이젠 졸업생 부모 되어 여기에 몇 글자 남긴다.
지금쯤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은 이 글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또렷하게 쓰려고 했으니
부디 가볍게 읽어주길 바라면서...
3년전,
하늘 빠꼼 보이는 소백산 아래서 초, 중학교를 나왔다.
한일고생 모두가 그렇듯이 이놈도 제법 했었다.
고교진학문제로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주위에선 그냥 편하게 공부하고 유리하게 대학가는 향토가 좋지 않겠느냐고.
무엇 때문에 불리한 길을 가느냐고 만류하는 분위기.
하지만,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심과 우수한 집단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초롱초롱한 아들의 눈망울은 결국 구작골로 향해 있었고...
한일고라...힘들텐데...
그래, 쉽게 살 필요 없어 ! 그곳에서도 잘 하면 되지 뭐...
입학하던 날! 공부얘긴 하기 싫었지만 딱 한마디 했다.
‘호용아! 세 자리 석차만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자...’
‘그게 어디 쉽겠어요...’
의기소침한 그 한마디 남기고 교실로 향하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편은 측은하고 ,한편은 대견하고
그래, 이젠 배짱이다. 한일고에 대한 동경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몰라도
배짱으로 버티는 거야...
공포의 전화
입학 후 딱 이맘 때 쯤 (입학후 50일)
서서히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계상황까지 오고야 말았다.
다른 학교로 전학 시켜달라고... 그것도 새벽2시에...울면서...
우리부부는 공포의 전화를 끝내면 남은 밤을 하얗게 세워야 했다.
‘아니야 괜히 투정하는 걸 거야. 그 놈은 내가 잘 알아...’
태연한 척 아내를 위로 했지만 아내는 실제로 주변에 있는 몇 군데 학교를
알아 본 모양이다.
이런 상황이 100일제 전까진 계속 된 것 같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 ? ’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따라갈 수가 없어요’
‘이 놈아! 다른 애들도 다 마찬가지지’
‘아니예요, 다른 애들은 다 알아요...’
하긴 이해가 갔다. 이른바 선행학습이다, 과외다 그런 거 모르고 살았으니...
‘이 놈아 !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 거기 갔지 다 알면 왜가...’
항상 이런 식으로 전화가 끝나고 나면 곧 새벽이 다가왔다.
정안 가는 길
조치원에서 고복저수지 따라 정안 가는 길은 지금도 눈에 훤하다.
3년간 거의 빠짐없이 주말마다 갔으니까. 약150번 이므로 5개월을 매일
면회한 셈이다. 학교에 눈치가 보일 지라도 내식대로 했다. 주말에 지친 아들과
도란도란 김밥 좀 먹는데 뭐 그리 잘못이라...
정안 갈 때는 아내와 함께 소풍 가는 것처럼 재잘거리며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항상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한 번은 마곡사 근처에서 이 놈이 좋아하는 송어회를 시켰다.
그날따라 말이 없던 이 놈이 참지 못하고 울어 버렸다.
중간고사를 망쳤다고...그날 우리는 아무도 송어회를 먹지 못했다.
.....
한고비 넘어서
어렵게 1학년 1학기를 마치고는 더 이상 전학 얘긴 안했다.
서서히 구작골에 익숙해 질 무렵은 1학년이 끝날 때 인 것 같다.
드디어 ! 이 놈이 사고를 쳤다 !
12월 전국 수능모의고사 (392/400만점, 전국2위 )
이 때부터 한일고에서 정말 받기 힘든 1급 장학금도 3년간 쭉 받았다.
물론 중간에 약간의 슬럼프도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2학년 땐 담임(임흥수)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고교생 최고의 조현정 장학재단 장학생이 되었다.
3학년 땐 SK학력경시 , 이투스 학력경시 모두 입상했다.
‘어이! 촌 놈! 과속 하는 거 아니야?
‘진짜 수능이 문제지요,한 순간 잘 못하면 끝장인데...’
마지막 수능도 무사히 끝냈다.
진로문제!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한다. 역시 그렇다.
이 놈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특별히 귀여워 하셨다.
할아버지는 늘 ‘너는 이 담에 커서 한의사가 되거라. 한의사는 늙어서도
외롭지 않고 일 할 수 있어 좋고 ...‘
초,중학교 생활기록부에도 장래희망은 한의사다.
1학년 말, 문과, 이과 나눌 때 심각하게 전화가 왔다.
중요한 결정을 할 테니 놀라거나 실망 하지 마시라고 몇 번을
예고하더니만 ‘저어 한의사 안 할래요...제 길이 아닌 것 같아요’
순간 조금은 당황 했지만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쩌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놈이 스스로 인생을
설계할 만큼 성숙 했으니까.
과감히 한의대 포기하고 문과로 갔다.
문과에선 일단 법대로 갈 줄 알았다. 수능이 끝나고 표준점수가 나왔다.
높은 점수였다. 전화가 왔다 ‘저어 법대 안가요’
‘아니 이건 또 뭐야! 한 번 그랬으면 됐지...’
도저히 궁금해서 학교를 찾았다. 담임선생님과 입시상담을 했다.
‘이 성적은 아무데나 가도 돼요. 본인이 사회과학대를 희망하기에...’
수업 중에 양해를 구하고 이 놈을 데리고 정안 삼겹살 집으로 갔다.
‘야! 이 놈아!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던데...’
한 참 동안 내 얘길 듣더니만 , 아들은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15년 후에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소위 지금의 인기 학과가 비록 전문직 일지라도
자기가 추구하는 길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학년 말에 과감히 문과로 바꿨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훨씬 더 잘되지 않았느냐고 반문을 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고 아들의 결정에 힘을 싣기로 했다.
‘그래! 점수 된다고 무조건 법대는 아니지...’
그 후 원하는 곳에 진학했다(서울대,사회과학대;사회과학계열)
지금은 정치학, 경제학, 외교학을 분주하게 탐색하는 아들의 모습이 매우 보기 좋다.
또 다른 세계를 꿈꾸며 무슨 결정으로 다가 올 지도 기대되고...
교우관계!
한일고는 전국에서 우수한 친구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평생 인연을 맺게 되는 좋은 교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입시제도에선 (특히 1,2학년) 이 글이 힘들게 느껴 질 것 같다.
이해한다. 나는 이 놈을 한일고로 보내면서 수 없이 말 한 것이 있다.
노벨 이야기다.
-노벨은 학창시절 항상 2등을 했다. 어느날, 1등하던 친구가 병원에 입원을 한다.
노벨이 1등 할 수 있는 기회 였다. 그러나 노벨은 학교에서 노트정리를 잘하여 병원에 있는 친구에게 준다. 병원에서도 그 친구가 계속해서 1등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역사는 항상 2등을 했지만 노벨을 기억한다. 1등만 했던 그의 친구는 기억에 없지만...
바로! 열린자세다!
열려있는 자세는 노벨이 이미 무한히 발전 할 수 있는 거점이 되었다고...
너도 한일고 가면 항상 열린 자세로 친구를 대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각자의 능력을 존중 하라고 당부 했다. 그리하여 상향 평준화 되고 모두가 꿈을
성취 하라고 말이다. 항상 자신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하라며 특히 교우관계를
중요시 하였다.
한일고는 생일날 반장이 하얀 종이에 급우들의 축하편지를 받아서 생일자에게 전한다.
그걸 나도 보았다. 이 놈이 그래도 못 된 놈은 아닌가 보다.
장학증서, 대학합격증 그 못지않게 친구들의 평가가 소중 했기에 잘 보관 했다.
나중에 손자 ,며느리에게 보여 주려고...
졸업 후 , B104호 친구들은 물론이고 부모님들도 만난다.
한일고를 사랑하는 순수 학부모 모임이다. 다른 뜻은 없다.
성적관리!
후배 학부모들이 답답한 마음에 가끔씩 물어본다.
어떻게 성적관리를 했느냐고...
답답하긴 나도 똑 같다. 내가 시험을 본 것도 아니고...
한일고 입학식 날!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한일고는 엉덩이 싸움이다. 1등과 꼴찌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오직 열심히 하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다...‘
나는 이 말을 바탕으로 하여 몇 마디 더 할 수밖에 없었다.
호용아! 다 함께 무작정 열심히 한다면 열심히 하고도 너는 중간(80등)한다.
2급 장학생이 되려면 친구들이 보기에도 처절하리만큼 지독해야 될 거다.
그러면 1급은? 그 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즐겨라! 공부 자체를 즐겨라! 시험문제가 어려우면 어려울 수 록 그 자체를 즐겨라.
천재형는 노력하는 사람을 당 할 수 없고, 노력형은 즐기는 사람을 당 할 수 가 없다.
공부가 피 할 수 없는 현실이고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겨라.(이 소리는 해병대가면 비슷하게 많이 듣는다)
성적이 떨어 질 땐 언제나 긴장했고 그 때마다 이 소릴 반복했다.
그래도 잘 안 되면 때려치우자고 막가는 말 까지도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배시시 웃음이 나오지만, 사실 애비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답답해 할 1,2학년 가족을 생각하면서!
고교평준화제도라...
교육보험제도는 들어 보았지만 과열 사교육이 문제되어 평준화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 일 것 같다. 그래도 안 되니까 이번엔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며
그 대안으로 내신으로 대학 뽑는단다.
세상사 넓게 보면 아무리 공짜는 없다지만 실력 있는 한일고 입장에선 당장이 억울하고
답답하다.
어떻게 열심히 공부한 놈하고 , 그렇지 못 한 놈하고 거꾸로 대학을 가냐...
죄라면 전국에서 우수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보다 더 열심히 해 보고 싶었던 게
죄일까...평등! 인격 같은 문제는 절대적 평등이겠지만 학습능력에 따른 대학선택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상대적 평등이 아닌가...
수능점수가 4,50점 차이가 나도 대학선택이 거꾸로 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상대적 평등인가. 물론 이 문제는 사회주의 시각에서 바라 볼 수 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겨우 인적자원 하나 풍부한 나라에서 공부 못 하게 끌어 내리는 식의 제도라면 수정 보완 되어야 한다.
나는 사교육비의 심각성을 모르고 살았다. 종교적인 삶을 추구하다 보니 양극화의 심각성도 모르고 살았다. 요즈음 들어 이 모든 것이 다만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사회가 열린사회 아닌가. 역차별(?)로 인한 구작골 아이들의 좌절감도 깨끗하게 치유 될 수 있는 밝은 사회는 먼 곳에만 있는가...
조금 더 지켜보자. 현명한 정부에서 어떤 희망을 줄지를...
만약에, 기대할 수 없다면 ... 나 같으면 현 제도를 받아들이고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또 다른 제도를 과감히 선택 하겠다.(구체적인 얘긴 시기상조 같아서 생략한다)
아무튼 길은 있으니 두둑한 배짱으로 후배들은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끝으로!
아들의 한일고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다.
그리고 이제 겨우 상경 했을 뿐이다. 세상은 넓다.
아직도 영국에 가면 우리나라 대학은 인정하지 않는 곳이 많다.
자존심 상하지만 현실이다. 그럴 수 록 구작골의 뚝심도 무한하게 도전 할 수 있는
희망이 있겠지... ‘우리는 큰 그릇 ! ’
사랑하는 한일가족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2006.4월에 소백산 기슭에서
정의길 (17기 정호용 아빠) 올림
(011-9836-0705)
추서 ; 독수리 타법으로 어렵사리 썼습니다. 나서기 싫어하는 아들래미가 알면
한 소리 듣습니다. 다시 한번 후배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내시라고 가볍게
올렸으니 너그럽게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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