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고 홈페이지를 매일 습관처럼 열고 닫고
거의 집착하다시피 하며 살면서도
일신의 뿌리 깊은 게으런 습성때문인지
마음만 늘 넘치고 넘쳐
때로 그리움의 눈물을 훔치고 살지만
마음의 흔적을 남겨 놓는 일들에는 인색하게 살았나 봅니다.
내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늘은 지난 토요일.
한일고 3학년 졸업식에 참석하고 보니 그간에 쌓여 있었던 마음들이 하나 둘씩 새삼 가슴에 차 올라 이리 몇 자 남겨 봅니다.
한일고..
졸업식.
하얀 눈은 없었지만 그래도 겨울의 끝자락이라
바람은 아직 차가웠습니다만..
졸업하는 선배들과 후배들의 정겨운 모습에
참으로 따뜻하고 흐뭇했던 날이었습니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밀가루 뿌리기에, 교복 찢기, 심지어는 액젖 세례까지
난잡스런 졸업식을 개탄하는 소식으로
시끄러운 이즘
한일고 졸업식은 지켜보는
시선들마다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런 멋진 졸업식도 있구나 하는 경험.
체육관에서 차분히 졸업식을 끝내고
같은 호실의 선후배끼리 무리지어 미리 약속한 장소에
모여 사진도 찍고
차마 헤어지기 아쉬운 듯 오랜시간
마지막 이별의 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추운 겨울의 교정에서
낮은 목소리로..
혹은 헹가래치듯 함성도 터지고
이런 선후배의 모습에
멀리서 축하해 주러 오신 가족들은
그네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에 마음이 흠뻑 젖어
어느 누구도 불평없이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저 역시 아쉽기만한
일주일에 잠깐인 면회 시간을 반납한 채
멀리서 지켜 보았지요.
그날은
내 사랑해 마지 않는 아들때문이 아니라
그 선배와 후배사이의 멋진 모습에
기다리고 지켜보는 내내 감동으로
흐뭇하기까지 했습니다.
역시나 한일고구나.
나 또한 이나라 한 귀퉁이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몸이지만..
한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이런 졸업식 광경에
부럽기까지했답니다.
부모 가슴에 감동으로 신선함으로
웬지모를 감정에 눈물 쏟게했습니다.
그 어떤 힘이 한일고에 있어서일까
선후배간의 이런 알뜰한 사랑과 존경의 모습들은
한일고 울타리 어느곳에 나오는 온기인지??
컸다지만 아직은 미성숙하기만 아들을
어떤 힘이 이리 멋진 모습으로
성숙케 하는가하는
행복한 의문이 가슴을 메웁니다.
교풍.
이런 교풍은
어느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리라.
한일고 모든 선생님들의 훌륭하신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힘써 믿고 따르는 학생들
그리고
선배와 후배간의 각별한 정.
늘 아들들의 뒤에서
아들들의 뒤에서
큰 산의 모습으로 묵묵히
지켜 서 계시는 한일고의 부모님들
이런 모두의 결정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해 3월 꽃샘 추위 속.
늦은 입학식을 치루고..
저녁 어스럼 속에 설레임반, 걱정 반인 듯한
머루 같이 까만 물기 젖은
아들의 눈망울을 서늘히 가슴에 안고
기숙사 귀퉁이에서 작별하고
두고 온 지가 어제 같은데..
그 아들이 한일고 울타리 속에서
1년을 보내고
벌써 선배들의 졸업을 지켜보며..
후배들을 맞이하는 기대에 부푼
씩씩하게 변한 아들이 되었습니다.
한일고의
따듯한 울타리 속에서
하루하루 멋지게 성장해 가는 아들을
볼 때마다
내 아들의 모교가 아니라
내 모교인듯
한일고에 대한 자랑과 사랑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한일고의 모든 선생님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드립니다.
한일고에 아들을 보낸 덕분으로
행복한 경험을 한 졸업식이었습니다.
한일고 화이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