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꽃샘 추위속에 광정 한일고 교정에 곱게 뿌려 놓고 왔던 꽃씨가 파란 싹을 튀웠노라고 오늘 소식이 왔습니다. 입학한 지 아직 100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몇 년은 흐른 듯합니다. 따뜻한 가족 품을 떠나 낯설기만 했을 기숙사생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여 푸른 빛깔로 얼굴을 내민 장하고 대견한 우리 아들들을 축하하며 기쁨으로 몇 자 올립니다...
녹음이 우거진 이 아름다운 한일고 교정에서 오늘 입학 100일제를 맞이하여 김종모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기념식을 가지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뜻 깊은 입학 100일의 기쁨과 보람을 함께하기 위하여 바쁘신 가운데서도 참석하여 주신 여러 학부모님, 학생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어느 일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 100일간의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100일에 많은 의미를 두고, 태어나 100일을 넘긴 아기를 기념해 주고, 만남에도 만난 지 100일을 챙기고, 시험보기 100일전을 세곤합니다. 이건 단군신화에서 동굴에 들어간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참고 견디어야 하는 시간에서 유래된 듯합니다.
이러한 100일의 기간 소요는 다분히 단군신화 쑥과 마늘의 코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미 다 아시는 이야기 일 것 입니다.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있어 같은 굴속에 살면서 항상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환웅이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1자루와 마늘 20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했습니다. 곰은 이것을 받아서 먹고 근신하여 3·7일(21일) 만에 여자의 몸이 되고 호랑이는 이것을 참지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어머님들이 아들 낳기를 삼신할머니에게 지성을 드릴 때도 100일 기도입니다. 심지어 자식이 대학에 붙기를 희망하는 어머님들이 하나님께, 부처님께, 천지신명께, 기도하는 것도 시험당일 100일전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현대의 생리학적 관찰로도 인간 몸에 있어서 100일은 가장 중요한 생리구조 및 신진대사의 바뀜을 확인 할 수 있답니다. 인간 몸의 활동은 전적으로 기혈에 의존하고 기는 단전이 담당하고 혈은 심장이 담당한답니다. 그런데 골수와 간에서 생성된 기혈은 전신에 필요한 양분과 산소를 운반하고 사라질 때까지 약 17일을 소요합니다. 우리 몸에 보유된 혈액량은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약 2되 반 즉 5리터 내지 6리터 정도인데. 이 2되 반의 혈액이 새 혈액으로 전부 바뀌는 데는 약 100일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기수련을 100일 동안 정진함으로써 우리 몸과 마음을 새로운 상태로 바뀐다는 말입니다.
여러 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은 입학 후 지난100일 동안 곰이 웅녀가 되고, 몸과 마음이 완전히 바뀐다는 그 시간들을 훌륭히 잘 견뎌왔습니다. 때로 지치고 힘든 시간도 있었겠지요. 때로 한계라 생각한 순간도 있었겠고, 전화기에 매달려 하소연한 시간들도 있었겠고 여러 학부모님들 또한 그런 아들들을 지켜보느라 밤을 하얗게 새시고 새벽을 맞은 날들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100일을 맞이했습니다.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 앉은 모든 한일고의 아들들을 보니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칭찬의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즐거움만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행복이란 몸의 감각적 쾌락을 잠재우고 인생의 원대한 목표를 향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성취했을 때 그 참 값어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한일고의 아들들이 된 여러분들은 인내하는 덕을 몸으로 익히고 굳굳이 견뎌냄으로써 인생의 참 값어치를 몸소 실천한 것입니다.
1학년 여러분!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축하의 자리에 앞서 100일을 무난히 넘긴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더욱 힘찬 미래를 기약하는 새로운 자리로 삼아야겠습니다.
한일고의 많은 졸업생들이 우리 사회의 각 부문에서 뛰어난 일꾼으로 그 몫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선배들의 뒤를 이어 그 전통을 이어가야 할 사람은 바로 재학생 여러분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뜻 깊은 100일제를 기점으로 여러분들의 가슴에 새로운 장을 펼치려는 강인한 의지와 기백을 가져야겠습니다. 젊은이다운 포부가 살아 숨쉴 때 한일고의 영광과 빛나는 전통은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 100일제를 계기로 이 자리에 함께한 한 사람 한 사람은 다시 한 번 자기실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말 것이며 한일고의 빛나는 전통과 업적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축사에 가름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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