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 아들이 한일고를 졸업했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채로 학교에 입학해서 엄마를 애태우던 철부지 아들이 난생 처음 입어보는 양복을 입고 어느덧 "아름다운 청년"이 되어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왔습니다.
3년 전 지금보다 더 추웠던 겨울에 처음 학교를 방문했을 때, (시험을 보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저희 가족은 행여 시험 시간을 못 맞출까봐 공주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서둘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입학하던 날, 차령고개를 넘어 집에 돌아오면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묵묵히 있던 남편도 앞서가는 승용차 속의 엄마들이 다 그럴거라며 저를 위로했었습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내긴 했지만 걱정은 많이 했었습니다. 그 뒤로 1학년 때에는 주말이면 가끔 어물리(참 포근한 이름이죠?)에서도 민박을 하고, 여름엔 마곡사 계곡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가끔 집에 올 때는 대부분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와 함께 오곤 했었습니다. 혼자 갈 수 있다는 아이를 아빠는 돌아오는 길에는 늘 길이 막혀서 고생하면서도 점심을 맛있게 먹이고, 꼭 학교에 데려다 주곤 했었죠. 평소에는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느라 전보다 일찍 집에 귀가하고, 고생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자신도 미루던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철없어 보이던 아들은 입학 뒤에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었지만 워낙 자유 분방하고, 구속을 싫어해서 가끔 심하게 주의를 받곤 했었고, 당시 처녀였던 담임선생님을 많이 힘들게 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때때로 불만을 호소하곤 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는 공동생활에 있어서 원칙의 중요함을 강요했었습니다. 학교를 믿고 자신을 믿어야한다고,,, 점점 아들은 학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나름대로 그 산골에서도 흥미로운 일들을 찾아내, 집에 오는 날도 드물어지고, 저희가 가는 것도 오히려 자신이 부모님을 위해 시간을 내주는 듯했습니다. 3학년이 되었을 때에는 걱정하는 우리를 오히려 위로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이제 아들과 함께 학교를 나서며 되돌아보면, 한일에서의 3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는 비록 오늘 일류대학 진학으로 귀결되지 않았다고 해도 앞으로 만나게될 세상에서 더없이 소중한 자산으로 자신을 지탱해줄 든든한 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늘 웃고 계시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한결같이 단정하시고, 다감하신 교감 선생님, 그리고 모든 선생님들께서는 어느 학교에서보다도 우리 아들들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보살피고 존중해주었고,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사랑으로 자란 아이들이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듯,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인격을 존중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이 사회에서 분명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되돌리며 살아갈 것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중히 관리하며, 주변 사람들과 잘 융화하고 살아가는데, 왜 행복해지지 않겠습니까. 지난 3년 간 우리 아들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선생님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감사히 생각합니다.
교장 선생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3학년 담임선생님들께서도 이 시간까지도 마음 졸이고계시죠? 선생님 아들들 다 잘 살아 갈 겁니다. 선생님의 사랑을 받아서요.
그리고, 어제 졸업식에 아이들에게 가운을 입도록 한 건 정말 좋았습니다. "역시 한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가운으로 인해서 졸업하는 아들들은 졸업이라는 중요한 행사의 의미를 한층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고, 부모 입장에서 보기에도 한층 더 대견하고, 품위 있어 보였습니다. 앞으로 좋은 전통으로 발전해 가기를 바라며, 우리 아들들이 입었던 가운을 다음 후배들에게 넘기는 ( 마치 한일인 들이 자기 호실, 자기가 쓰던 침대에 대해서 느끼는 애정만큼이나,)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갔으면 합니다. TV에서 보던, 교복을 찢고 밀가루와 물감을 뿌리곤 하는 폭력적이고 천박해 보이는 여느 졸업식에 비해 정말 정돈 되 보이고 품위 있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생 한명 한명 에게 졸업장을 건네주신 교장선생님의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 비록 졸업생의 학부형으로 학교를 떠난다고 해도 늘 마음속에 감사의 마음을 담고 앞으로도 학교를 향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길게만 느껴지던 3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 버리는군요.
한일고 선생님! 그간 애 많이 쓰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14회 졸업생 학부모 올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