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죽송(八竹頌)



 

  

 

 차죽피죽화거죽(此竹彼竹化去竹)

 풍타지죽랑타죽(風打之竹浪打竹)

 반반죽죽생거죽(飯飯粥粥生去竹)

 시시비비간피죽(是是非非看彼竹)

 시정매매시세죽(市井賣買時勢竹)

 빈객접대가세죽(賓客接待家勢竹)

 세사불여심오죽(世事不如心吾竹)

 연연연세과연죽(然然然歲過然竹)

 

 세상 일 모두 다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할 일.

 바람 불면 바람 부는 그대로 물결치면 물결치는 그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먹고 살아가는 그대로.

 옳으면 옳은 대로 그르면 그른 대로 그대로 볼 것.

 시정(市井)의 거래(去來)는 시세대로 할 일.

 세상 일 모두 다 맘대로 안되지만,

 그럭저럭 그리 세월 가는 그대로 살라!

 

 <이대로 저대로 모든 일 되어 가는 대로 살아라. 

 그럭저럭 그리 세월이 가는 대로 살아가라>는 

 이 말은 무의미의 일들을 무의미하게 살라는 

 그런 말들이다. 무의미하게 살라! 는 이 말 --

 여기에 무의미하게 들어 넘길 수 없는 무의미의

 진리가 있다.



  정말 세상살이란 생각보다 너무도 무의미하다. 

 인간이 서로 인간들끼리 무의미 한 것을 무의미

 하게도 집착(執着)할 뿐이다.



  이 부설거사의 팔죽송은 위대한 역설(逆說)같은

 위대한 역설(力說)이라고 할 수 있다. 참 나를 

 어디 두고 이래야만 하는가? 무의미한 인간 

 잡사의 무의미를 좇는 무의미한 생을 참 나를 

 찾는 길로 돌리라는 역설이 바로 이 팔죽송의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성석가(大成釋迦)는 이렇게 수훈(垂訓)하고 있다. 

 <모든 나눔>(나타내는 일, 곧 <相>)이 있는 일들은 

 그대로 다 허망(虛妄)한 것이니 만일에 이것을 깨닫는

 다면 바로 곧 거기서 진리를 보리라>라고. 허망한 

 것이란 무의미한 것이라는 말이다. 



 진리를 보는 일이란 참 나를 만난다는 일이다. 



 실로 무의미한 일들의 그 무의미함을 깨칠 때 

 그 때에 인간은 참 나를 발견하고 그래서 마침내 

 해탈(解脫)을 얻는다는 말이다. 



 무의미한 인간사를 무의미하게 추구(追求)하는 

 무의미한 우리들의 이런 생(生)을 석가도 이처럼 

 경고(警告)하고 있다.



  진정 우리는 무의미가 무의미함을 이런 세상살이

 에서 깨칠 일이다. 생의 그 원리(原理)에서 본말(本末)의

 전도(顚倒)를 깨칠 일이다.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먹고 죽이면 죽 먹고 옳은

 것은 옳은 대로 그른 것은 그른 그대로...... 도대체 

 이처럼 무의미한 인간사에 참 나를 묶지 말일이다.



  참으로 무의미의 무의미를 깨치지 못하는 사람에겐

 무의미 는 그대로 무의미하다.

  1학년 학부모 ngn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