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졸업생(금년 2월 졸업)의 아버지 입니다.
먼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부모님과 가족을 잃은 학생과, 이번 일로 인해 가슴에 무거운 상처를 안고 있을 한일고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일련의 확인되지 않은 보도들의 진위를 떠나, 제 둘째 아이를 한일고에 보낸 후 지나온 3년의 세월을 회상해 보며 제가 느낀 한일고에 대한 단상을 떠 올려 봅니다.
1. 한일고는 제 아이에게 비젼과 자신감을 심어준 학교였습니다. - 3년동안 사교육비 전혀 들이지 않고서도 학교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며 너무 대견했습니다.
2. 가정과도 같은 따뜻함을 안겨준 학교였습니다 - 아이가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며 기숙사 밥이 훨씬 맛있다는 말에 아이 엄마는 은근히 화도 났었지만, 고른 영양 섭취와, 축구. 태권도 등 적절한 운동으로 단련하여 어른스러워져 가는 아이를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3.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학교였습니다. - 3년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어느 학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호실 선후배의 관계형성을 비롯하여 끈끈한 친구들과의 우정, 어렵고 힘들 때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방법들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서로 해결 해 가며 터득하게 해준 멋있는 학교였습니다.
수능이 끝난 후 휴대전화로 월간 500통으로 제한한 문자메세지가 모자랄 정도로 친구들과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대학에 떨어진 친구들에게는 격려하며, 합격한 친구들에겐 축하하는 모습들, 서울과 대전 그리고 우리집이 있는 익산과 김제에 있는 친구들 집을 오가며 같이 여행하며 추억을 쌓아가는 모습을 한일고 말고 어디서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4. 모교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갖춘 학교였습니다. - 3학년2학기 어느날 학교 근처 광정에 있는 어느 삼겹살 집에서 아이가 불쑥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아빠 나 이다음에 아들 낳으면 한일고에 보낼꺼야" 그 자리에선 웃으며 그렇게 하렴 하였으나 집에까지 오는 동안 아이가 자기 학교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만족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였습니다.
5. 실력과 인격을 고루 갖춘 선생님들이 있어 아이를 기숙사에 보내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 제 아이가 실력이 좋았던 것도 아닌데 한일고에서 잘 적응하고 나름대로 꿈을 꾸며 가꾸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들의 격려와 따뜻한 배려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재학중에 담임선생님 한번 찾아뵙지 못한 부족한 학부모였지만 어버이날에 담임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엽서를 보내 주시는 선생님을 생각하면 그 감동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음을 느낍니다.
양교석 교장선생님께서 어느 인터뷰 기사를 통해 "갈대 밭의 쑥대는 갈대만큼 자란다"는 말씀이 새삼 생각납니다. 제 아이가 한일고에서 갈대의 역할을 하였는지 아니면 쑥대의 역할을 하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분명한 것은 졸업한 지금 갈대만큼 자라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일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모든 선생님들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있는 모든 재학생들이 동요 없이 일상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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