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기 졸업생의 엄마입니다. 작년에 졸업한 아들은 이제 대학 2학년입니다. 제 아들에게 한일고의 3년은 값진 시기입니다. 대학 합격여부와 관계없이 말입니다. 고1때 주위의 여러 분들이 “내신이 불리한데 일반고등학교로 전학하지 그러냐”고 나름대로들 충고했지만 저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저희는 좋은 대학에 합격시키려고 한일고등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피동적으로 되기 쉬운 사교육 없이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하는 공부에서의 독립,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꾸리는 생활의 독립, 살면서 생기는 여러 어려움을 스스로 지혜롭게 풀어가는 생각의 독립을 연습하고 배우는 시기로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일고의 3년이 없었다면 지금의 멋진 모습은 이룰수 없었습니다.
어려운 순간이 어찌 없었겠습니까?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 특히 고3때 모의고사 성적이 형편없이 나올때는 많이 낙담했습니다. 또 공부가 하기 싫다고, 책도 손에 잡히지 않고 글씨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밤에 아들이 전화해놓고 한 마디 말이 없어 “왠일이야, 괜찮아?” 수화기 저쪽의 아들은 분명 울고있는듯한데, 엄마 가슴은 철렁 내려 앉고 멀리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고, 그 밤에 고속도로를 달려 아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을 붙들어매던 때가 여러번이었습니다.
저희는 그저 열심히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일요일이면 자주 내려가 먹고 싶은 것 실컷 사주고, 바깥 바람도 쐬어주고, 간혹 토요일에 내려가 선생님 허락 받고 근처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기도 했습니다. 가족의 따스함을 듬뿍 전해주려고요. 이런 말들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성적이란 원래 오르락 내리락 하는거야” “모의고사는 원래 진짜 수능시험 연습하는거야. 네가 부족한 부분 알아내고, 실제 시험은 이렇게 치는구나 연습하면 그걸로 모의고사는 성공한거야” “좋은 성적받아야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공부하면 공부가 힘들고 재미없고 하기도 싫어져. 네가 공부하는 부분을 알고 싶은 궁금한 마음으로, 모르던걸 알아낸 즐거움으로 공부하면 공부가 쉽고 재미있지” 이 말들이 도움이 되었는지 아들은 다른 부담없이 공부에만 전념했습니다.
가슴 내려앉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부모님이 얼마나 절망하셨으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르셨을까요. 더 마음아픈 것은 그 학생입니다. 엄청난 자책감과 절망감을 어떻게 극복할지........ 부디 잘 이겨내기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혹 다른 한일고 학생들이 그 일을 마치 자신의 일인 듯 받아들이지나 않을까 멀리서 염려됩니다. 자칫 부모님들의 기대와 때로 기대를 넘어선 압력이 우리 아이들을 힘겹게 하지는 않을런지....늘 교육의 열정으로 저희를 감동시킨 많은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놀라셨을까.
고3때 아들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엄마, 애들 불쌍해. 모의고사 성적 나오면 ‘큰일났다. 엄마한테 어떻게 말하지’ 그러는데, 성적나쁘면 자기가 제일 걱정되는거 아니야?” 정말이지 성적으로 제일 걱정하고 염려하는건 아이들입니다. 좋은 성적받고 좋은 대학가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겨워합니다. 특히 우수한 아이들만 모여 내신성적이 춤을 추기 때문에 3년 내내 긴장의 연속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지고 있는 짐이 너무 무겁습니다. 혹시 거기에 부모님의 짐까지 얹지는 않는지요? 아이들의 짐을 가볍게 해주셔서 멀고 험한 길 씩씩하게 가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졸업생 엄마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