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고등학교 후배가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던 터에, 어느날 이름도 들어 본 적이 없는 한일고등학교를 가고싶다고 네가 말했을 때 아빠는 적잖이 당황했었단다. 결국 너의 선택을 믿었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과 설명회 참가, 서류 준비와 면접 그리고 기다림의 과정은 너 뿐만 아니라 우리 온 가족이 한일고등학교 가족이 되어가는 오리엔테이션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제 한일고등학교 1학년으로 한창 적응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면 아빠도 세상의 어느 부모와 같이 걱정과 기대가 함께한단다. 그러나 더 솔직히 말하면 걱정보다는 너의 완성되어가는 모습에 대한 기대가 훨씬 크단다. 아직 십대인 너에게 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걸맞지 않겠지만 지금 너에게 기대하는 완성은 고등학생으로서의 바른 자세와 한일고등학교 학생으로서의 완전한 탄생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공부를 위해서거나 사회생활을 위해서거나 언젠가는 부모 곁을 떠나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자식 앞에서는 자식보다도 약한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학교를 방문하는 날마다 소풍 가는 아이마냥 설레임을 감출 수가 없구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망향휴게소가 보이면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차령 터널을 지날 때 쯤이면 목이 앞으로 빠지는 기분이란다. 학교에 들어서면 이제는 많이 친숙해진 캠퍼스 곳곳이 정겹고,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중에도 모두가 밝고 건강한 한일고 학생들이 반갑다. ‘갈대밭의 쑥대는 갈대처럼 자란다.’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새삼 쟁쟁히 기억되며, 이제 올곧은 갈대 숲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는 아들이 아빠를 설레게 한다.
언제부턴가 아빠에게 팔씨름을 도전하더니, 농구를 하자고 하고, 아빠도 모르는 문제를 툭툭 물었었지. 네가 아빠보다 잘하는 일이 하나씩 늘어만 갈 때 아빠가 느끼는 가슴 뭉클해지는 설레임을 이해할지 모르겠다.
주위를 한번 둘러 보아라. 많은 학우들과 선생님들이 너와 함께 있지. 공동체 생활에서는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침이 되어야 한다. 우정을 쌓고, 희생을 배우고, 함께 하는 협동을 익히면 친구로 인해 배우는 것이다. 또 주위를 더 넓게 둘러 보아라.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에 쌓인 캠퍼스 자체가 축복인 것을 느끼기 바란다. 도시의 찌든 공기와 숨막힐 듯 지어진 건물로 이루어진 학교들에 비하면, 너희들은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 같다.
믿음직한 아들아,
부디 시작할 때의 뜻을 잘 간직하고, 때로는 옹골지게, 때로는 겸허하게 차근 차근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선생님께 잘 배우고, 학우들과 협력하고, 스스로 헤쳐나가는 멋진 아들이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우리 구호 한번 할까? 아자 아자, 파이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