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하다며 자리에 누워보지만 이 시간도 책과 씨름할 자식을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으로 눈을 붙인다.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면 충분한 시간을 잤음에도 피곤한데, 밤 깊도록 공부하고 새벽에 일어날 녀석을 생각하면 ‘얼마나 힘들까?’란 생각에 마음이 저려온다. 컴퓨터를 켜면 녀석에 대한 허전한 마음을 달래보려- 오늘은 어떤 새로운 소식이라도 라는 생각으로- 습관처럼 제일 먼저 들러보는 한일고등학교 홈페이지. 한일고의 교정을 밟았던 과거와 현재의 모든 이들의 글이 가슴을 적신다. " …그립노라, 아름다웠노라, 감사하노라, 자랑스럽노라….
"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들인가!
흔히 요즘 세태를 정이 없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회라고 말하는데 듣고 보기 어려운 말들이 이곳에서는 넘치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감동으로 전해오는 이유는 무엇을까? 그 답을 아들을 지도하시는 담임선생님의 제자사랑을 통해 깊이 알게 되었고 그것이 나와 아들의 경험이 되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시골생활의 불문률이다. 시골에서 중학교 다닌 아이라 밤10시만 지나면 인사불성 되어 그 시간까지 안 자본 적이 몇 번 없는 아이였는데, 밤늦은 공부는 아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었다. 더구나 중학시절에 자기보다 학습량이 월등히 많고 전국에서 모인 내로라하는 친구들속에서 말이다. 학교까지 1시간 넘짓한 거리였기에 쉽게 갈 수 있지만, 휴일 기숙사에서 모처럼 편히 쉬어야 하는 친구들과 어디선가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방해라도 될까하여 자제하지만 어쩌다 가보면 표현은 않지만 아들의 지치고, 성적에 기죽은 듯한 모습에,(아들은 중2까지 예능쪽으로 전력하느라 깊이있는 학습은 전혀 안된 상태였다. 겨우 학교성적만 유지한채) "아들아! 너는 충분히 잘 할수있어. 초조하거나 너무 조급하게 생각 하지마. 조금 늦게 시작했을 뿐이야.2-3년 늦은 것 아무것도 아니야! 어깨 쭉 펴고. 2-3년 늦게 출발했는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니? 공부하나도 안한 네가 이만큼 하는 것은 앞으로 더 잘할수 있다는 증거다. 아버지는 지금상태의 너도 너무 자랑스럽다. '한일고', 아무나 오냐?! 지금의 성적이 전부가 아니고 지금부터 한일고에서 꾸준히 최선을 다한다면 2년 후엔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격려를 하고 돌아오는 길엔 감추었던 안타까움과 녀석의 우울한 얼굴이 뒤섞였었는데, 어제는 차 안에서 다른 때 보다 밝은 마음으로 수박을 먹으며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 톤에는 큰 위안과 감동이 있었다. 같은 반 친구 2명과 함께 담임선생님께서 선생님차로 어딘지는 모르지만 한-참을 가서 좋은 곳에서 외식을 시켜 주셨다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도 피곤하시고 한시가 아까우하실텐데…,순간 의아하고 놀랐다. 선생님 만나 뵙고 따로 인사드린 적도 없고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아이의 위치(성적) 때문인지-아들에게는 어깨 쭉 펴라고 큰소리 쳤지만 부모된 나도 위축되어서일까 눈에 띄지 않는 멀리서만 뵙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렇다고 아들이 반에서 칭찬 받을만한 공을 끼친 일도 없는 터이기에 말이다.
아들의 그 다음 말속에서 외식을 시켜주신 이유와 함께 선생님의 그윽하고 자상하신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 * * 야! 네가 자습시간마다 너무 졸기 때문에 영양 보충 좀 시켜주려고 너희들 데리고 왔다. 많이 먹어라.” 앞에서 잘하는 학생뿐만이 아니라 뒤쪽에서 힘겨워하는 학생들에게도 눈길을 놓지 않으시고 배려해 주시는 자상하심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동이 한동안 찡～하게 전해왔다. (“열 자식 다 똑같이 사랑하시되 병들고 가난하게 사는 자식이, 건강하고 윤택하게 사는 다른 자식만큼 잘 살 수 있을 때까지 더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 같으신 담임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수업시간에 졸면 손바닥 맞거나 벌서는 것이 보통 학교의 학칙(?)인데 한일고에는 몸보신 시켜주는 것이 학칙?
그날 아들은 삼계탕속의 인삼과 함께 특별히 첨가된 사랑의 보양식을 먹었나 보다.
“아빠! 이젠 그렇게 졸리는 게 없어졌어요. 야간 자습도 아주 할 만해요.”밤10시만 지나면 멍하니 아무생각도 안난다는 아이었는데 …. 시험공부로 밤을 꼬박 세우고 다음날 수업시간, 얼굴이 교실 바닥에 쿵하고 고꾸라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졸아서 반친구들을 한바탕 웃게하여 무척 창피 했었다던 아들녀석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우리부부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삼계탕 한 그릇 속에 3년 치의 아니, 평생의 영양가를 담아주신 선생님.
그러한 선생님들의 사랑은 '한일인'의 마음속에 수놓아져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살아 아름다운 언어를 만들어가리라.
아들은 어떠한 분야에서든지 분명 한일의 이름을 높이며 그 이름을 자랑으로 여기는 인물이 되리라 확신한다. (한일고의 조그만 이야기라도 읽고 싶어 하는 부모의 심정이 이 글을 또한 쓰게 했습니다. 이곳을 드나들며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보니 함께 감동받았고 글쓰는 것과는 거리가 먼-더구나 이런 곳은 처음_둔필에도 불구하고, 넘어져 생긴 학생들의 작은 상처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짐까지라도 살펴주시는 훌륭한 선생님께 자녀를 마낀 부모로서 감사의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학부형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간단히 쓴다고 시작된 글이었는데 어쩌다 장문의 글이 되었네요. 이래도 되는가? 싶고, 혹 선생님께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싶어 조심스럽습니다. 어눌한 부분있어도 한 가족같은 마음으로 널리 이해를 구하고 보잘 것 없는 글 읽어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한일고의 가족됨을 다시 한번 감사하며...
한일고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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