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며칠동안이나 이런 이쁜 날들이 있을까 싶은 계절에, 일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 싶은 의미 있는 날이, 지난 4월 15일에 있었답니다. 이름도 근사한 '아버지의 날'!
하루종일 아들들과 뒹굴 간편한 차림이 유일한 준비물이어서 마음 가볍게, 발걸음도 가뿐히 모인 시각이 오전 11시. 일찌감치 도착하신 부모님들의 환한 눈인사를 받으며, 의기충천하게 축구시합부터 시작했어요. 축구로 다져진 날렵한 아들들에, 마음만 앞서 발보다 배가 먼저 나오는 아버지들의 모습에, 그 날은 '찬밥'인 저희 엄마, 응원꾼들은 얼마나 재미있던지.... 미리 수고하신 엄마들 덕분에 잘 차려진 뷔페 점심으로 포식을 한 후에는 체육관에서 배구게임이 있었지요. 그 날 같이 행사를 잡은 다른 반과 시합을 하게 되어, 아들들은 접전이 벌어지는 셋트가 바뀔 때마다 자리까지 이동해가며 아버지들 응원하랴 ,사실 모든 포지션을 커버하시는 담임선생님 이름도 '감히' 외쳐보랴, 상품까지 걸려있다던 '퀴즈'게임은 하지도 못한 채 시간이 다 가버렸더군요. 아쉬운 뒤풀이 시간에 아버지들은 어느새 자신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들에 어찌나 유쾌하셨는지 '한 달에 한번씩 하자' '최소 1년에 두 번은 해야한다'고 조르시는 통에, 학년주임이신 저희 담임선생님은 끝까지 기분 좋은 시달림을 당하셔야 했지요. 하루종일 잘 뛰어 씩씩해진 얼굴로 안녕히 가시라 인사하는 아들은 저에게 '울 아빠 되게 잘 생기셨더라...'고 전혀 납득할 수 없는(?)말을 해, 저를 웃게도 만들었지만, 아무래도 그 날은 서로에게 멋지게 보인 '콩 꺼풀 씌운 날'로도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우리 아들 학교 참 멋지다고 집으로 오는 길 활짝 핀 배꽃처럼 환하게 자랑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한일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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