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공간에다 네게 편지를 써보긴 처음이구나. 처음이다 보니 쑥스럽기도 하고. 그러나, 이 편지가 혹여 도움이 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공개하기로 했다.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에 사랑하는 아들로부터 예기치 않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어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이고 콩당거리기까지 하는구나. 엄마, 아빠에겐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정말 고맙다! 바쁜 중에도 이렇게 마음 써줘서.
또한 자랑스럽다! 힘들게 지내온 그 동안의 자세들에서 다시 밝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돼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쁘다! 이제 주위도 살펴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만큼 한 단계 성숙한 아들이 돼 주어서.
엄마, 아빤 언제나처럼 널 믿으며 네가 어떤 일을 하던간에 그 믿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고1 백일제 때 고3 선배의 글을 들은 기억이 날거다. 2년 내내 모든 것이 부정적이었지만 고3 어느 날부턴가 주위의 하나 하나가 모두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더라는 글 말이다. 그 선배처럼 장현이 너도 어둠의 터널을 거쳐 긍정적 사고로 돌아오게 되어 정말 아빠, 엄만 행복하다.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이렇듯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는 현재 엄마, 아빠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네 말대로 대한민국의 특권층(?) 고3 과정은 많은 인내와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힘들겠지만 현실에 항상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많은 인생 과정을 겪다 보면 현재의 어려움은 아무 일도 아닐 만큼 새로운 과제들이 종종 네 앞에 다가온다. 그 때는 지금 시기의 경험이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이다.
좋은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인생 설계에서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생활 속에서 더욱 중요한 자세는 확고한 역사 의식을 견지하고 나만을 생각치 않으면서 불굴의 의지와 정신을 갖는 거라고 본다. 지금 단계에서 부족했던 일은 다음 단계에서 반드시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오뚝이 정신이야말로 어느 분야에서나 반드시 필요하다.
"Sound Body, Sound Mind." 신체가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해지듯이 평소 건강 관리에 늘 유념했으면 한다. 엄마, 아빠가 네게 늘 요구하는 한마디이고 건강한 신체는 평생의 소중한 네 자산이기도 하잖니.
어느 일을 맡든 정도(正道)를 지향하면서 떳떳하게 행동하거라. 또한 남을 배려하면서 베풀 줄도 아는 너그러움도 지닐 수 있도록 항상 수신(修身)도 하고.
지나간 시간들은 소중하게 추억으로 간직하고, 금년 고3 한 해가 네겐 값지고 알찬 시간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촌음(寸陰)을 아껴 쓰면서 늘 절차탁마(切磋琢磨)하도록 해라.
훌륭하신 선생님들,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선후배들 그리고 주위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학교 생활에 임한다면 매사가 언제나 즐거울 것이다.
장현아!
거듭 뜻밖의 네 선물에 정말 고맙구나.
그리고 밝고 활기찬 너의 모습으로 내내 기쁠 것 같다.
사랑한다.
2004년 4월 6일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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