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람끝은 아직 차지만 어느새 창가에 내려 앉은 햇살이 포
근하게 느껴지니 멀지 않은 날 봄소식이 날아 들것 같습니
다.
작년 이맘 때, 수백 번도 더 생각해 내린 결정이건만 녀석
을 보내야 하는 너무 빠른 이별이 가슴을 저리게도 하였고
몇날 몇일을 잠 못 이루게 했었지요.
그 후로 1년, 녀석도 저도 1년이란 세월이 참으로 짧게도
아니, 때로는 아주 길게도 느껴지며 많이 성숙한 한 해였
습니다.
몸이 너무너무 아파 조금 누우려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사
감 선생님께 쫓겨나며 늦은 밤에 처음으로 기숙사 한 귀퉁
이에 서서 흘렸다는 눈물!!!
어느 날엔가 찾아갔더니 이를 악물며 참았던 듯 차안에 오
르자마자 수도꼭지 틀듯 줄줄 흐르던 눈물!!!
시험을 마친후 걸려온 전화, 분명 아들의 전화임은 확실하
건만 몇번을 불러봐도 대답이 없어 조용히 어디선가 작은
흐느낌으로 다가온 눈물!!!
그래요 선생님...
이렇듯 때로는 눈물도 아픔도 삼키면서 녀석은 자신의 홀
로서기에 당당히 마주서며 이젠 왠만한 바람쯤은 스스로
막아낼줄 아는 의연한 아들로 성장해 있음이 고맙게 느껴
집니다.
물론 아직도 녀석이 가야할 길,그길이 결코 쉽지 않은
고단하고도 험난한 길이지만 녀석은 끝까지 참고 인내하
며 해낼 것을 이 엄마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 번 귀성때 녀석이 자신있게 하는 말,
"엄마 진정한 남자가 되려면 우리 학교에 와야 되요. 엄마
그거 아세요? 늦은 밤 공부를 마치고 교실 동에서 나오며
올려 다본 밤하늘에서 무수한 별들이 쏟아 질때 바라본 그
느낌!! 뭐랄까? 이 광할한 우주에 주인공이 되어 혼자선
느낌!!! 그 무한한 자연의 신비속에서 자신의 꿈과 인생을
다시 한번 점검하며 내일을 다짐해 본다는......
참으로 1년 동안 한일고 품에서 대견하게도 잘 자라 주었
습니다.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아이고, 우리아들 완전히 한일고 체질이네 체질이야"
그렇게 크게 아빠와 함께 웃었지만 어찌 그것이 전부 이겠
습니까? 그 뒤에 언제나 묵묵히 우리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어 지켜주셨던 선생님의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던 것을
요...저의 짧기만한 글로 모든 걸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때때로 녀석의 처진 어깨를 소리 없는 울림으로 다가와
보이지 않게 용기와 격려를 주신 선생님...
표현이 그리 큰 녀석이 아님에도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사
랑을 말할 때 입가에 머무는 미소만으로도 저는 다 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다시 한번 자식을 맡긴 이 어미,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 합니다.
1학년 2반 학부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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