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뜨니 아직 밖이 캄캄했다. 여느 때처럼 잠시 기도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16년 동안 반복된 일상사지만 아직도 익숙지가 못하다. 이제 막 눈을뜬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종종 걸음으로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의 두툼한 옷차림에서 다시 한번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출근길, 차창 밖으로 하얗게 서리가 내린 빈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벌써 16년을 보아온 모습이지만 지겹다기 보다는 늘 새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이른 아침 교정의 풍경은 한폭의 풍경화다. 순간, 아! 행복한 마음에 탄성이 나왔다.
점심시간, 반가운 손님들이 오셨다. 11기 졸업생 학부모님들이시다.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반갑고 정겹기만하다. 교사와 학부모라는 생각을 잠시 잊은 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정시간을 훨씬넘기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학교로 돌아왔다.
이제 교정은 어둠이 삼켜버렸다. 물상들은 어둠 속에서 신비스럽기만하다.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벌써 16년, 문득 모두들 그립고 보고픈 마음에 가슴 한 쪽이 시리다. 어디서 무엇을하고 있을까, 참 고맙고 감사한 분들이시다. 이 바쁘고 험악한 세상에서 아직도 잊지않고 찾아주시다니. 한편으론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힘이났다. 마음 속으로 더욱 열심히 아이들을 지도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아울러 지금의 부모님들도 졸업 후 많은 시간이 지난뒤 이곳에서 다시 뵙고 옛 이야기들을 나누며 향수에 젖을 수 있게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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