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회의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부모님들의 참석하는 수가 눈에 띄게 적었다.
그러니 학부모임원수를 채우는 것이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일단 시간을 비워 놓고 그날 마음에서 허락하는 대로 결정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날 친구가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비워 놓은 시간을 친구의 시간으로 메꾸어 버렸다.
그날 마음의 결정에 맡긴다는 것에 의미도 없이...
작년에 맡으셨던 분으로 모르는 분도 아니기에 핑계 또한 적절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캥기고 있었다.
학부모회의 한번 참석하는 것으로 일년을 버티는데 그 한번이 부도가 나 버리면
일년을 뵙지 못하고 넘어 갈 수 있다는 것으로 갈등한다.
날짜가 가까이 올수록 갈등이 심해져갔다.
아이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함에 서운함도 같이 왔다.
15일
친구와의 약속으로 머리를 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한테 급히 연락을 하고 공주로 차를 몰았다.
시간상으로 10분 정도 늦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커피를 먹고 우아한 생각을 하면서 갈 수 있으련만
졸리는 눈꺼풀과 씨름하면서 차를 몰았다.
배까지 고프다.
정확히 8분이 늦은 시간.
소극장부터 향한다.
아이는 엄마가 온 것도 모르고 있다.
일학년 때 한번
이번이 두 번째니 아는 얼굴이 있을 턱이 없다.
그래도 이쪽 지역에서 같이 간 엄마를 찾아보니 보이지 않는다.
(모르겠다 워낙 얼굴을 알아보는데 둔한 사람이라서)
박용만 선생님의 말씀으로 시작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솔직하고 확신에 찬 말씀을 들으며 불안한 마음과 조급함을 해결 받는다.
믿는다는 것에는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일생이 걸려있다고 하면 우매한 답이 될지 모르는 지금.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답답한 마음을 아이한테는 말할 수 없다.
그 어느 것도 깨뜨려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말로만 들었던 7차 교육과정.
가닥이 잡히지 않았는데 김영의 선생님의 말씀으로 확실하게 잡어낸다.
어렵겠다.
힘들겠다만 속으로...
어이서 작년 학부모 대표의 일년 결산 내용.
참 일들을 많이 하셨다.
가까운데도 아니고
멀리서 그 많은 일을 하려면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많이 내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 역시 여기까지 오는 것에 망설이게 하는 것에는 임원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되었으니...
자신이 없다.
학부모대표의 말씀을 들으며 그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을 했다.
그런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려서 학교의 일을 하면 아이의 기를 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겠으나
머리가 다 커 버린 아이들.
어쩌면 부모가 학교에 자주 오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지무지하게 사양하시는 작년의 대표이신 분을
박수로 밀어 붙여 다시 대표를 맞게 한다.(너무 고맙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
작년보다 주름의 깊이가 더 해 지셨나?
남편이 작년 담임 선생님한테 선물 좀 갖다 드리라 했는데
작년 담임 선생님이 이번에도 같으니 왠지 속이 보여 그러지 못한다.
일년을 겪어본 선생님께 말씀드린 내용에 확실하게 답을 얻는다.
갈 길이 바쁘다.
6시가 임박한 시간
지금 가도 밤 운전을 해야한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가기로 한다.
아이 얼굴을 보는 순간
턱선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얼굴만 보고 가겠다는 계획이 무너진다.
천안까지 나와 저녁을 먹이고 들여보낸다.
아이를 보내기 전의 내 운전은 내 사는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주로의 운전이 잦아지니 내 운전은 이제 전국구가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야간 운전에도 베테랑이 될지 싶다.
갑자기 왁스의 아줌마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맨 처음 그 노래 가시를 들으면 내 말하는 것 같아서
젊은 아가씨가 불러대는 그 노래가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그저 말하는 아줌마가 아니고 프로 아줌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만능의 아줌마로...
학부모 회의를 위해서 많은 자료를 준비해 주신 선생님들께 고마움을 전해 드립니다.
그리고
일년동안 애써 주실 선생님들께 부탁드린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임원이 되셔서 일년을 봉사 해 주시는 학부모님들께도 감사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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