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눈 물
어제 MS-office 2007을 새로 설치후 이것저것 검색중에
몇 해 동안 열지 않았던 문서화일 하나가 눈에 띄더군요^^
이 글은 제가 아버지를 여의고 당시 슬픔을 가슴에 담아 글로서 몇자
적은 것입니다.
마침 담달 5월은 가정의 달이고, 특히 부모에 대한 효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하여 같이 공유합니다.
물론 울아들 한희가 보고 앞으로 성장하면서 효도의 중요성을 마음에 깊히 깊히 새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음속 편지, 눈물)
일찍이 우리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심을 天崩이라 말한다고 들어왔습니다. 글자 그대로 하늘이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그것은 질식하리만큼 미어지는 자식의 가슴을 다 표현하기엔 너무나도 모자라는 말인 듯 합니다.
생전에 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 산소에 올라가던, 뻐꾸기 울어대는 뒷동산 양지녘에 아버지를 묻어드리고 떠나왔건만 천근만근 이 가슴을 짓누르는 슬픔은 여전히 마음속 깊이 강물처럼 흐르고, 이미 눈가에는 말라버린 눈물을 지금도 한없이 삼키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왜그리 서둘러 떠나셨는지 남겨진 자식의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눈을 어찌 그리 쉽게 감으실 수가 있었는지.......’
생각할수록 서러움과 서운함 그리고 아쉬움이 복받쳐 가슴이 저려옵니다.
두둥실 떠나는 아버지의 꽃상여는 바람에 펄럭이는 명정과 만장을 따라 눈이 시리게 펼쳐진 푸른 하늘에 떠도는 솜사탕 같은 구름속으로 가는 듯했습니다.
꽃상여의 길을 인도하는 상두꾼의 무거운 풍경소리와 애닲은 노래소리는 상여 뒤를 따르고 있는 이 가슴을 이리저리 에어놓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잘 있거라 자식들아! 나는 이제 갈란다. 손자손녀 잘 키우고 공부, 출세시키거라!”
“어어이 어어이 어어야 어이가리 넘자 너와 너와!”
“불쌍하신 울아버지, 이제 가시면 언제 다시 만나 뵐랑가! 聖才七山 무너져서 평지가 되고, 四海바다 메워져서 육지가 되면 그때나 만나뵐 수 있을랑가! ”
“어어이 어어이 어어야 어이가리 넘자 너와 너와!”
“호박꽃은 늙어지면 집으로 오는데 사람들은 늙어지면 北邙山川가는구나!”
“어어이 어어이 어어야 어이가리 넘자 너와 너와!”
그러나 이제와 아무리 슬피 운들, 아무리 서러워한들 이미 北邙山川으로 한번 길 떠나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실리 있겠습니까.
樹欲靜而 風不止, 子欲養而 親不待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질 않고, 자식은 잘 봉양하고 싶어하나 부모님은 기다리시질 않네)
이 성현의 글귀는 자식들이 항상 부모님이 떠나신뒤 뒤늦게 어리석음을 후회하는 마음을 잘깨닫게 해주는 문구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나중에 잘 모시면 되겠지 생각하는 것은 이미 그때 벌써 때늦었음을 깨닫지 못하고, 어버이 떠나신뒤 나중에야 이토록 속절없이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 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인가 봅니다. 곁에 계실 때 아무리 잘해 드려도 어버이의 은혜를 다 갚지는 못하겠지요. 그러니 생전에 아무리 잘 해드려도 넘침이 없는 것이 자식의 도리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 생전에 하찮은 일들일망정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들이 자꾸 생각나서 가슴이 아려옴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생전의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기운없이 나지막히 손자들을 부르시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두 귀에 생생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연관된 것은 무엇이나 보이기만 해도, 생각이 떠오르기만 해도 목이 메여옵니다.
‘어린시절 대전 역전에서 사주셨던 금강에서 잡아올린 장어를 올린 덮밥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찌 장어덮밥을 먹을 수가 있을까요. ’
‘누런 횟가루포대 종이에 싸서 자전거 뒤에 싣고 오시다 떨어뜨렸던 펄펄 뛰던 그 커다란 농어를 생각하면 앞으로 어찌 농어회를 입에 댈 수가 있을까요.’
‘처음으로 덜컹거리는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타고 가며 하늘을 보았을 때 잎이 무성한 플라타너스 가로수며 낮은 구름이 빙글빙글 도는 듯 어지러웠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그때 떨어지지 않으려고 붙잡았던 아버지의 등이 얼마나 넓고 따뜻했는지 이제 다시는 느껴볼 수 없겠지요.’
사내는 일생동안 딱 세번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갓 태어나자마자 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등장을 알리는 감격의 눈물이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부모님들이 돌아가실때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깊은 병이 들어 그 좋아하시던 것을 참으시고 자식들에게만 따라주셨던 그 술을 오늘 저녁에는 회한의 눈물을 안주삼아 한잔하며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이야기나 들려줄 참입니다. 그리고 이제 사내답게 다시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200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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