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외무고시에 합격한 6기 이수철입니다.
고시가 뭐 대단한 것도, 고시합격이 뭐 그리 자랑할 것은 아닙니다만 후배들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여러분 처럼 한일고에서 3년간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힘들게 절망하며, 집이 그리워 속으로 울기도 하고, 하지만 친구들이 있기에 보람차게 보낸 기억이 나는군요.
정말 사랑스러운 저의 모교 입니다.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전국 각지의 친구들과 기숙사 생활을 통해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과 체력 및 정신력을 연마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큰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도 많지만, 그만큼 애착이 강하게 가는 곳이 우리 고등학교네요.
한일고의 훌륭하신 선생님들, 끈끈했던 교우들, 구역질 나는 ^^ 밤꽃 냄새, 푸른 잔디들, 아침의 지겨운^^ 기상 점호 .... 이 모든 것이 제가 고시생활 약 4년 동안 온갖 어려움 가운데서 지탱할 수 있는 조그마한 힘의 원천이 되지 않았나 회상해 봅니다.
물론 고시합격은 저 혼자 힘으로 한 것은 절대 아니고요,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다만, 그 모든 불확실성과 고독을 극복하는 데에 광정리의 생활이 큰 밑거름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군요.
제가 뭐 대단한 걸 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노력의 결실이 여러분들께 하나의 희망의 사례가 된다면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이미 저 외에도 5기 선배가 외무부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피땀흘리고 계십니다.
반드시 고시일 필요는 없겠지요. 꼭 명문대를 갈 필요도 없구요, 무슨 변호사니 의대니, 고시니 이런 거 아니라도, 한일고에서 쌓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경험들이 어떤 장소에서 어떠한 일을 하게 되던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분야에 최고가 될 수 있는 여러분을 만드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공부 열심히 하시구요, 열심히 축구 하시고, 열심히 노시고요, 고시가 아니라도, 명문대가 아니라도, 자기의 전문분야를 설정하시고요, 그 분야에 최고가 되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구작골에서부터 그러한 정성을 쏟아 부어 보십시오. 10년후 30살이 되었을 때 여러분이 한일고를 자랑스러워 하고, 그 곳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찬란한 기쁨의 기억으로 분명히 돌아올 것이예요.
너무 성적에 압밥받지 마시고요, 그저 자신에 주어진 능력 내에서만은 적어도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를 고등학교 시절의 아주 작은 일 하나하나에서부터 잡아나가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릴께요.
자기가 최선을 다해 갈 수 있는 대학과 학과에 만족하시구요, 그 전공을 통해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여러분이 되시길 간절히 바래요. 남들 따라 늘 인기 있는 대학, 학과가 아니어도 좋구요, 젊은 날에 약간의 모험도 좋을 거 같아요. 다만, 내가 택한 길, 내가 택한 학교, 내가 택한 여자 뭐 이런 것들에 대해 목숨을 걸고 책임을 지겠다, 내 이름 석자를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 이러한 자세로 한일고에서 생활하시고, 대학가서도 생활하신다면, 여러분들 모두 자기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가 되어 있겠죠.
별로 잘난것 없는 졸업생이, 그저 우리 후배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형아가 동생에게 하듯이 몇 마디 적어 보았네요. 마지막으로 또 반복해서까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디 남이 고시하니까 나도 고시하자 이런 생각은 금강 강바닥 깊숙히 던져 버리시고요, 나의 적성과 능력을 잘 살피고 시험해 보아서, 자기의 고유한 길을 찾아 나서시고요, 그 길에서 최고가 되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래요. 무엇보다, 고등학교에서 석차와 성적으로 압밥받지 마시구요,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땀방울을 흘리겠다는 그러한 자세로 하루 하루 기쁘시게, 억지로라도 기쁘게 즐기려는 마음자세로 사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후배 여러분의 화려한 미래를 미리 축복하며 선배 드림.
고등학교생활시 고민이나, 진로 등 기타 여하한 것이든 궁금하신 분은 얼마든지 이멜 보내 주세요. 언제든지 여러분을 돕고 싶습니다. apple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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