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4. 1일자에 실린 사설입니다.
[사설3] 서울대가 내신을 못 믿겠다는 이유
서울대가 내년 정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내신)의 과목별 성적을 5개 등급으로만 구분해 반영하겠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종전엔 과목별 성적을 모두 합한 총점을 60등급으로 세분해서 내신 성적을 계산했다.
서울대의 방침은 고교의 내신성적을 학생 선발에 거의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대에 들어갈 실력이면 고교에서 상위 2~3% 안에는 들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는 과목별로 상위 10% 안에 들면 모두 1등급을 주겠다는 것이다. 응시생들의 내신성적은 똑같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한 마디로 대학이 고교의 내신성적을 믿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고려대가 전국 1800개 고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전교생의 90% 이상이 수능 상위 10% 안에 드는 고교가 15개교나 있었는가 하면, 단 한 명도 10% 안에 들지 못하는 학교도 823개교였다. 이런 마당에 내신 위주로 학생을 뽑는다면, 실력보다는 어느 지역의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서 등위가 결정되고 말 것이다.
더구나 고교들은 자기 학생 내신점수를 부풀리는 데 골몰해 있다. 내신 평가가 얼마나 공정하고 정확한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내신성적은 더 이상 학생 실력을 변별(辨別)해내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곤란하다는 게 대학의 판단인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부는 오는 2008학년도부터 내신성적 위주로 대입 제도를 바꾸겠다고 거듭해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고교별 학력 격차를 내신에 반영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교사의 권위를 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입학 전형은 무엇보다 학생 실력을 정확히 측정해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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