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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무풍지대' 공주 한일高
등록금+기숙사비 月 30만원
올 42%가 최상위권大 진학
수능을 불과 19일 앞둔 지난 17일 충남 공주의 한일고. 해가 지자 학교 전체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된 것이다. 몇몇 학생은 쌀쌀한 날씨에도 복도에 자리를 잡고 뚫어져라 문제집을 봤다.
고3 염모(18)군은 "잠을 쫓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고 말했다. 고 1~3학년 5백여명 모두가 눈에 불을 밝히고 모자란 공부를 하고 있다.
서울 등 다른 곳 같으면 학생들이 학원가를 전전하며 마무리 공부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이 학교 밖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학원 간판은 찾을 수 없다. 주변 농가 몇 채에서 돼지 축사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곳은 아무리 원해도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공교육 청정 지역'. 사교육이 판치고 공교육은 위축된 대치동과는 정반대인 '대척점'이다.
한일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비평준화 지역 인문계 자율고교(사립)다. 고3 1백60여명 중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학생이 49%에 달한다. 李모(18)군은 중학교까지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에서 학교를 다니고, 대치동 학원가에서 공부를 하다 3년 전 이 학교로 진학했다.
"술집.유흥가가 없고 공부할 분위기가 돼 있다고 부모님이 권해 이 학교에 오게 됐어요. 하지만 1학년 땐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몇 번 들었지요. 그런데 나가 보세요. 갈 데가 없어요."
李군은 "집중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실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 수능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받은 평균 점수는 4백점 만점에 3백19.8점(인문)~3백31점(자연). 학생 전체 평균 점수가 2등급 안에 들 정도로 전국에서 최상위권으로 나타났다. 올해엔 전체 학생의 42%(75명)가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 등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분기당 등록금 23만여원, 기숙사비 월 22만원, 특기적성교육비 월 2만원, 간식비 4만5천원 등을 합하면 월 38만~45만원을 부담한다"며 "이 정도면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서울에선 '껌 값'"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학부모 중엔 대전 등에서 제법 큰 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장도 여럿 있다. 입학담당 최용희(46)교사는 "사교육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만큼은 사교육이 없는 지역으로 보낸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 학교가 학생들을 '어떻게 잡기에' 그럴까.
이 학교 양교석 교장은 "아이들을 잡다니 큰일 날 소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는 곳을 직접 보여줬다. 그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교와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 교사 33명 중 14명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다. 학생들과 함께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있던 구기문(40)교사는 "입학 당시 학생들은 부모에 의해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학생들이었지만 1학년 한 학기가 지나면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책기획부 정철근.강홍준.하현옥.권근영 기자, 조인스랜드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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