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학년 2반 주강익입니다. 얼마 전 서울대 특기자로 인문계열1 언어학과에 합격했습니다. 물론 이것에 만족해서는 안 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지만, 우리 후배들이 희망을 가지고 분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앞서 글을 쓴 은수가 잘 다루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의 체험담은 이것들을 말씀드린 후에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시고 혹여 잘 이해가 안 되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질문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1차 합격자 발표는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났습니다. 부모님 휴대전화로 합격 여부를 확인해보라는 메시지가 왔더군요. 부랴부랴 학교에 가서 합격임을 확인한 뒤에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얼마 후에는 당장 논술과 면접에 대비할 것을 생각하니 무척 막막했습니다. 당장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 지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특기자 1차를 통과한 학생들은 속된 말로 '괴물'과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만 같았고, 수도권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몇백만원에 이르는 단기 집중 과외를 시작했다는 소문도 들려와 저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서울대 수시 논술은 2,500자를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써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것에 대한 대비를 수능이 끝나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수시 1차 통과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저는 3학년 초부터 매주 1편 이상 2,500자 논술을 써 왔습니다. 또한 서울대 수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저를 포함한 3명)과 함께 매주 토요일 밤(토요일 밤에는 다음날 마음껏 쉴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공부가 잘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토요일 밤은 대체로 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경우가 많구요.)에 우리가 썼던 논제에 대하여 토론하고 서로 쓴 글을 읽어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수능이 끝나면서 논술과 관련하여 했던 것은 3시간 내에 논술을 완성시키는 훈련이였습니다. 수능 전에 썼던 논술은 대부분 3시간을 훌쩍 넘겨 오랫동안 고심해서 썼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주어진 시간 내에 문장 개요를 자세히 작성한 후 2,500자 논술을 쓰는 것이 무척 힘들었지만, 매일 1편 이상씩 쓰다 보니 속도가 붙어 시간 내에 논술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쓰다 보니 흔히 말하는 '감'이라는 것이 생겨서 문제를 분석하는 시간도 단축되고 머리 회전도 빨라졌기 때문이지요. 면접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저는 담임 선생님이신 전대희 선생님과 이번에 수시로 법대에 합격한 김동호 군과 함께 면접 대비를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처음에는 친한 친구와 담임 선생님 앞에서도 말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 연습을 한 후에는 말문이 트이더군요. 평소에 한 번 읽어보기만 했던 내용들도 머릿속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연계가 되어 입에서 술술 나와주어서 스스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처음에는 무척이나 떨렸지만 계속 말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논리정연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저는 인문학부라는 특성상 면접 준비 과정에서 반드시 영어와 국한문 혼용 제시문에 대비를 해야 했습니다. 우선 영어 제시문에 대한 대비로 저는 능률교육에서 출판한 <능률고급영문독해>를 선택했습니다. 각 분야별로 세세하게 꼭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문맥도 잘 맞고, 문장도 수려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을 가지고 같이 면접 연습을 도와줄 사람으로 저는 원어민 선생님이신 리디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인 송요훈 군을 선택했습니다. 리디아 선생님은 사회 과학과 관련하여 다방면에 깊은 지식을 갖추셨고, 요훈 군은 저보다 영어 실력이 출중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다음으로 국한문 제시문에 대한 준비로는 수능이 끝나고부터 한자를 읽는 훈련을 했습니다. 이것 역시 수능이 끝나면서부터 시작했더라면 많은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저는 3학년 초부터 중간, 기말 고사에 대비할 겸 한문 선생님께서 주신 1,800자 한자 프린트를 꾸준히 외웠습니다. 이것은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면접 당일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논술과 면접에 대한 저의 경험담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논술, 면접은 11.29, 30 총 2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집이 지방이라 수원에 사는 은수네 집에서 2박을 해야 했습니다. 논술 전날은 무척이나 떨리더군요. 피곤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뜬눈으로 밤을 지샐 뻔 했습니다. 논술 당일, 아침 일찍 서울대로 출발했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한 관계로 은수와 함께 발이 아프도록 서울대 이곳 저곳을 구경한 후 떨리는 마음으로 논술 고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 후 논술 문제를 받아든 순간 저는 내심 안도했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기에 논제가 05, 06, 07학년도 특기자 논술보다 까다롭지 않았고, 제시문들 또한 평소에 많이 보아 왔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운이 좋았는지는 모르지만 평소보다 글이 잘 써졌고, 저는 주어진 원고지 마지막 줄까지 논술문을 꽉 채웠습니다.(여담입니다만 이번 논술에서 2학년 때 읽었던 자본론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경제와 관련된 책이라고는 이것 하나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저는 이 책에 무척 흥미를 느끼고 2번 숙독을 했습니다.) 논술을 쓰고 난 다음날 아침, 논술 고사 때와는 달리 은수와 다른 곳에서 면접을 보게 되어 다소 허전한 느낌을 지니고 서울대로 출발했습니다. 대기실에 도착해서 면접 순서 제비뽑기를 했는데, 제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면접을 보게 되어 허전한 마음에 초조한 마음까지 겹쳐 정말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저는 애써 태연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도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 때만큼은 옆에 있는 모르는 학생들에게도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심지어 마음에 드는(?) 여학생에게 면접 시간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말을 걸었던 학생들도 저와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대화가 잘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행동이 그 지루한 시간 내내 제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음은 물론이구요. 이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낸 뒤 드디어 면접 준비실로 들어갔습니다. 준비실에서는 A4용지 각 장에 제시문 1개씩 총 두장을 주었습니다. 첫장에는 영어 제시문이 나왔고, 둘째 장에는 국한문 혼용 제시문이 나왔습니다. 모두 꾸준히 대비를 해 온 것들이라 처음 받았을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독해를 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 수준이 매우 높았습니다. 각 제시문마다 3개의 문제(주관식)이 딸려 있었는데, 제시문 자체의 내용 파악 정도를 묻는 문제도 있었지만, 학생이 갖추고 있는 지식과 제시문을 연계해야 하는 형태가 더 많았습니다. 먼저 첫번째 영어 제시문은 유아의 언어 습득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제시문의 개략적인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언어학은 어른이 언어에 대해 이미 습득한 지식만을 연구하지 않는다. 언어학은 유아가 언어를 학습해 나가는 과정 또한 연구한다.~~~' 이런 형태였습니다. 이것에 딸린 문제들을 말씀드리자면
(1) 이 글의 주제를 서술어를 넣어 한 문장으로 말해 보시오.
(2) 이 글을 바탕으로 어린이의 언어 습득 과정과 동물의 언어 습득 과정을 비교하시오.
(3) 이 글을 바탕으로 모국어 학습과 외국어 학습의 과정상의 차이를 비교하시오.
이었습니다. 보시면서 아실 수 있었겠지만, 제시문은 오로지 어린이의 언어 습득에 관한 내용만으로 구성되어 있었음에도 질문은 동물의 언어 습득 과정, 외국어 학습의 과정 등 보다 폭넓은 내용을 묻고 있었습니다.(덧붙여 말씀드리자면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해 영어 제시문에서 조금 치사한(?) 방법을 동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문맥상 보다 정확한 단어가 있는데도, 비유적이면서도 보다 난해한(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십니다. 가령 제시문 중 'They are language-learning virtuoso' 에서 'virtuoso'는 원래 (예술에서의) 대가를 의미합니다. 문맥상 이 경우에는 'expert'나 'master'가 더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은 이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려고 '애쓰십'니다. 작년 같은 경우 'Moral Grandeur'가 이에 해당하구요.(여기서는 'Grandeur' 가 다소 철학적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웅장함', '위풍 당당함' 등이 아닌 '위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저도 처음 접했을 때는 무척이나 당황스럽더군요.) 특기자를 준비하는 후배들은 유념하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국한문 혼용 제시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자의 경우 3급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학생이라면 무리없이 읽을 수준의 한자가 출제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실세계, 발전, 도피처, 공헌, 학문의 전당, 인류 등이었구요, 영어 제시문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시문의 내용은 '상아탑은 학문의 전당이다. 하지만 학문을 단순히 실세계로부터의 도피처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 학문은 단지 좁은 틀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문은 인류의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였습니다. 이것에 딸린 문제들을 말씀드리자면
(1) 제시문에 나와 있는 한자를 모두 읽어 보시오.
(2) 제시문의 주제를 서술어를 넣어 한 문장으로 말해 보시오.
(3) 제시문에 나와 있는 '로고스(logos)'와 '파토스(Pathos)'의 문맥적 의미를 밝히시오.
였습니다. 여기에서도 사실상 문맥적으로는 로고스와 파토스의 의미를 추론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것은 결국 학생이 로고스가 기본적으로 '이성'을 의미한다는 것과 파토스가 기본적으로 '정념'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가를 묻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저의 보잘것없는 지식에도 불구하고, 모두 제가 아는 것들만 나와 주어서 면접도 논술과 마찬가지로 수월하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머니께 이런 말씀을 드리니 '다 네가 지금까지 준비한 성과이다.' 라는 말씀을 해 주시더군요.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어머니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으로 논술, 면접에 대한 말씀을 모두 드렸구요, 만약 저의 내신이나 스펙(비교과)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주말이나 공휴일 중에>>> 전화(010-5041-9680)하시면 제가 친절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스크롤의 압박이 심한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오르비(http://www.orbi7.com)에서 서울대 특기자동에 가시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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