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수시 특기자 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인문계열 2에 합격한 3학년 1반 주 은수라고 합니다. 제가 이 후기를 쓴 것은 서울대학교 08학번 새내기 카페에서였는데요, 면접을 준비하는 같은 학년 친구들이나 장차 면접을 보게 될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 후기를 이 곳 재학생사랑방에 올립니다. 잘난 척한다고 돌 던지지 마시고요...... ==;; 제 후기를 보시고 여러분의 앞으로의 대학 진학의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면접 후기 갑니다~~!
사실 저 내신이 10점 만점에 6.5점, 지균 기준으로 80점 만점에 47점밖에 안 되서 올해 서울대 못 들어갈줄 알았습니다. =_=;;(한일고 기준으로 평균 내신 등급이 4.8548등급 정도로 19기 문과 중간 정도 됩니다. 참고로 19기 문과 1등의 서울대 식 내신 점수는 8.2점 가량이었습니다.(이 녀석은 특기자로 서울대 법대 합격함...... --;;))
그런데 운 좋게도 떨어질 줄 알았던 1차 서류전형에서 합격하고 2차도 통과해 최종합격을 했으니 후기...... 올려야겠지요??
처음에 박기운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대 특기자전형 1차에 집어넣었을 때 저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 삼국지 매니아였던 과거의 이력 덕분에 어느정도 쌓여있던 한문실력을 바탕으로 한문 관련 상장이나 자격증을 조금 따기는 했습니다만은......(처음에는 이문열 삼국지 같은 것을 읽다가 나중에는 정사의 열전을 한문으로 읽어대서 -_-;;) 내신이 앞에서 말했다시피 워낙 극악이라서(합격 후에 듣고 보니 일반적으로 특기자 1차 통과자의 평균 내신은 지균 기준으로 76.5점 가량이었답니다.) 1차에서 짤릴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서류전형은 우선 입학본부에서 잘라낸 다음에 학부에서 나머지를 판별해서 1차를 선발한다고 하더군요. 운 좋게 입학본부에서 제 지원서를 안 자르고 학부로 보냈다는 거지요. 결국 수능을 보자마자 1차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1차에 통과했기는 했지만 2차가 불안하더군요. 제가 논술을 엄청 잘 써서 내신의 격차를 극복할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제가 말을 좀 못하는 편이라 면접에서도 그리 강점을 보일 것 같지도 않고.......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정시로 가면 서울대 붙을 확률이 0%에 수렴할 상황이었거든요. 그래도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고 무사태평으로 게임하고, 읽고 싶었던 책 읽으면 놀았습니다.(쿨럭! 수능 스트레스에 너무 시달려서......) 결국 논술을 쓰고 나온 날, 시험장 앞에서 예쁜 KBS 아나운서 누님에게 끌려가 즉석 인터뷰를 한 것을 제외하면(실제로 TV에도 나왔답니다 ^ ^ 아침뉴스이기는 하지만)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생각해보니 '너무 평이하게 썼구나'했습니다. 처음에는 논술 문제에 제시문 (나)의 4를 활용해서 무정부주의를 쓰려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급진적인 느낌이 들어 막판에 수정자본주의 쪽으로 바꿨거든요...... ==;;(만약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지......)(직접 문제를 푸신 특기자 여러분이나 문제를 보신 선배 분들은 제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 아실 겁니다.)
결국 제가 의지할 곳은 면접밖에 없더군요. 면접이라도 잘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한답니까? 이미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고, 오후 1조라는 것을 위안 삼아 잠이나 실컷 자는 수밖에......(면접날 거의 10시가 다 돼서야 일어남. --;;)
면접 날이 되었습니다. 억지로 제 몸에 맞지도 않는 마의를 껴 입으며(수능 준비하면서 살이 엄청 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비참함이란......) 찬 바람을 맞으며 서울대로 향했습니다. 제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은 유달리 추운 것 같았습니다.
1시 30분까지 대기실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데 조교 두 분이 들어오셔서 주의사항을 이것저것 알려주시고는 순번을 정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내심 바라고는 있었지만 제가 오후조 면접의 첫번째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로 면접보는 것의 압박이란......(솔직히 말해 교수님들의 질문이 날카로웠던 것도 이것때문인듯 싶습니다.)
1시 45분. 제 이름이 호명되자 저는 대기실에서 나와 면접 준비실에 들어갔습니다. 면접 준비실에서 남자 조교분이 제게 문제지 1장과 연습지 1장을 주시더군요.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문제가 ㅎㄷㄷ였습니다. --;; 인문계열 2에 무려 영어 지문이!!! 그 것도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씩이나!!!(제 체감 난이도는 제시문 하나 당 대략 해커스 토플에 나오는 Practice 지문의 1.2배 분량을 받아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급당황모드로 들어가면서 버로우...... 그래도 당황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어떻게 해서든지 기를 써서 문제를 풀고 면접하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참고) 제시문 두개는 제 생각이기는 하지만 대략 인식론에 관련된 지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제시문은 인간이 사물의 색깔을 관념적으로 인식한다는 것과 그 것과 연관되어 나타난 인상주의(?) 화가들의 활동과 관련해서, 두 번째 제시문은 미국인 필자(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마는...... 맞을지......)가 인디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된 입장에서 바라보는 인디언들에 대한 생각을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두 제시문은 특정 대상에 대한 인간의 선험적? 관념적? 이라고 할 수 있는 표상이 인간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어디까지나 추측) 문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문제 1. 제시문 (가)의 핵심어를 사용해(두 개였던가??) 제시문 (나)의 논지를 분석하시오.
문제 2. 제시문 (가)와 (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논지가 타당한지에 대해 논의해보고 그 구체적인 예를 드시오.
문제 3. 다음 밑줄 친 부분을 해석하시오.
면접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저 : 안녕하십니까? 제 면접번호는 $%&@#입니다.(사실 기억 안납니다. --;;)
교수님 1 : 그래, 문제 1번과 2번을 한번 풀어보게.
(순간 당황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면접이라고 하면 지원 동기같을 것을 먼저 물어볼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저 : (가)의 핵심어는 편견과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나)의 논지를 분석하자면...... (1번 나머지 답변은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납니다. 죄송......)...... 또한 제시문 (가)와 (나)의 공통적인 논지는 '인간의 선험적인, 혹은 관념적인 표상이 인간이 인식을 하는 과정에서 사물 혹은 대상을 왜곡시킨다.'라고 보았고, 이 것은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철학적 명제와 일치하는 것이며 경험적으로도 그러하기 때문에 타당하다고 생각되고 그 구체적인 예로는 광고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의외성 효과, 착시 현상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교수님 2 : 자네가 말하는 의외성 효과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저 : 의외성 효과는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음.......(면접 준비실에서 서울대로 가던 도중에 지하철역에서 보았던 캐논 광고가 생각나서 말했습니다. ==;;) 흔히 격투기에서는 검은 띠가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뒤집은 프린터 업체의 광고라던가 예전에 한참 광고하던 한 핸드폰 회사의 가로본능 광고를 들 수 있습니다.
그 때 불쑥 처음 문제를 풀어보라고 말씀하셨던 교수님께서 반론을 제기하셨습니다. 날카로우시기도 해라......
교수님 1 : 자네가 말하는 의외성 효과와 제시문 (가)와 (나)에서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제시문 (가)와 (나)에서 말하는 것은 사람들을 편견 속에서 벗어나게 하여 진리로 이끌어가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자네가 말하는 의외성 효과는 광고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의식을 또 한번 왜곡하는 것이 아닌가?
저 : (한참을 생각하다가...... 사실 난감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반론이 들어올 줄이야......)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의외성 효과와 제시문 (가)와 (나)에서 말하는 논지 사이에 방법적인 측면 사이의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되어 의외성 효과를 구체적인 예로 든 것입니다.
궁색한 답변이었기는 했지만 간신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공세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교수님 1 : 그리고 착시 현상 말인데...... 착시 현상은 경험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제시문 (가)와 (나)의 논지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나?
저 : 저는 인간의 편견이 단순히 관념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편견이나 선입관은 일반적으로 관념에서부터 나오기는 하지만 경험적인 실례가 조금씩 누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견해의 연장선상에서 착시 현상을 하나의 예로 든 것입니다.
교수님 2 : 문제 3을 해 보게.
저 : 이 문장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자연 속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 것은 그들이다.'
교수님 2 : 그렇군. 그런데 말이야....... 조금 전에 자네가 제시문 (나)에 대해 말했는데...... 제시문 (나)의 여기 '@#$@%#$@#$%' 부분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석해야 했지 않은가?
저...... 영어에 엄청 약합니다. 텝스 최고점이 겨우 847점...... 뭐 면접 준비실에서 제시문이 제대로 해석이 됐을 리 없지요. 저의 최대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런 식의 질문이 들어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저 : ......면접 준비하면서 너무 당황해서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시문이 너무 어려워서......
교수님 2 : 뭐, 당황했다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 제시문도 조금 어렵기도 했고. 이 부분은 이런저런 식으로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야.(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셨습니다. 면접 중간에 찾아온 강의시간...... ==;;) 그렇다면 자네는 위에서 4번째(?) 줄 구절을(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씁니다.) 어떻게 보았나?
저 : 필자가 인디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이전의 상황을 말합니다.
교수님 2 : 그렇지. 그렇게 볼 수 있겠지.
교수님 1 : 자네는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저 :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내면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의 표정, 손짓, 옷차림, 사소한 버릇 등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인식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고, 사람이 처음 만난 대상을 상대로 편견이나 선입견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인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1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편견을 극복하고 타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저 : 저희......(앗! 실수다!!) 아니, 우리 나라에서 흔히 쓰이는 말에 '남자들끼리는 목욕탕에 같이 들어가기만 해도 친해진다.'(교수님들은 모두 남자분이셨습니다.) 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잘 모르는 사람과의 공통적인 경험을 통해 그 사람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형성됨은 물론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의 인품이나 지식 등이 반영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교수님 1 : 그렇다면 자네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극복했던 실제 사례가 있으면 한 번 들어보게.
저 : 제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일본에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일본에 가기 이전에는 일본인에 대한 막연한 편견, 예를 들어 잔인하다, 난폭하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다 등등의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만(저 때만 해도 저는 극렬한 환빠였습니다. 환단고기와 대쥬신을 맹신하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열렬히 응원했으니까요.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혐오합니다만......) 실제로 일본에 다녀와 보니 일본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고 오히려 질서를 잘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우리보다 나은 긍정적인 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면접시간이 거의 다 끝나갑니다. 그런데 교수님들께서 한 동안 말씀이 없으시더니 자기소개서를 갑자기 보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기소개서는 절대로 안 본다'라는 저희 학교 서울대 진학한 선배의 말을 굳게 믿고 있었던 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님 2 : 자네가 철학에 매료된 계기가 니체의 가치전도를 접하면서부터라고 하였는데 자네는 니체의 가치전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저 : 니체의 사상이 워낙 어려워서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진짜 어렵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그 책의 중, 후반부를 제대로 이해하시는 08학번 분 계시면 존경할지도 모릅니다.) 니체의 가치전도사상은 종전의 노예적인 기독교적 윤리에 대한 부정, 더 나아가 인간의 긍정성을 부정하는 가치에 대한 부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1, 2 : 면접하느라 수고 많았네.
저 : 안녕히 계세요.(제발 저 좀 붙여주세요!!)
이렇게 면접은 끝났습니다. 잘 했는지 못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합격한 것으로 보아 교수님들께서 좋게 봐 주셨나 봅니다. 논술을 워낙 못 썼기 때문에...... ==;;
저의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정시로 서울대를 노리는 같은 19기 여러분, 그리고 앞으로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후배 여러분들께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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