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최용희
  작성일 : 2002년 11월 05일 09시 42분 14초

8회 졸업생(2001/04/06)

여러 선생님과, 학부모님들께서는 편안하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일고등학교 8회 졸업생입니다.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첫 오리엔테이션을 하던날부터, 자랑스럽게 동료 학우들과 졸업하던 날, 그 시간이 벌써 5년의 거리로 멀어졌습니다.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제가 굳이 한일고등학교를 고집한 까닭은 제가 선택한 학교가 명문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명문고여서도 아니고, 학교의 시설이 우수해서도 아닙니다.

청소년시절의 가장 중요한 한 때인 고교시절을 각지의 우수한 학생들과 어깨를 겨루며, 때론 어깨를 나란히 하며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서였습니다. 한일고 3학년 동안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들은 자립과 우정, 그리고 긍지였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스스로의 긍지를 잃지 않고, 힘들 때 주저없이 도와줄 친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명문대 진학은 2번째 문제입니다. 한일고에서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만 쌓을 수 있다면, 명문대 진학은 당연히 따라 올수 있고, 혹 주변에서 인정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회에서 충분히 큰 몫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세상은 점점 창조적인 인간을 원하고 있습니다.
후진적인 교육에 길들여져 능동적이지 못한 교육을 비판없이 받은 사람들은
도태되어 갑니다.
학부모님께서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제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그저 명문대 진학보다는 보다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상을, 자신감을, 긍지를 배울 수 있게 인도해 주십시오.

졸업한지 5년이 지난 뒤에도 아직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 있습니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한일의 교정을 보게하라."
졸업생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일고에서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함입니다.

어머님 아버님,
제 후배들은 분명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저의 선배님들이 그러셨고, 저희가 그랬습니다.
큰 염려 놓으시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구요.
-모교 홈페이지에 잠시 들러 학부모님께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