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최용희
  작성일 : 2002년 11월 05일 10시 30분 24초

bonjour(2002/07/20 (02:07:58)

선생님께 올립니다.

아직 쌀쌀하기만 했던 3월, 그래서 아이를 떠나 보내는 마음이 더욱더 시리고 허전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 해 봅니다.
마치 품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보석을 한 순간 잃어버린 듯한 황당함, 허둥거림, 엄마 잃어버린 아이마냥 안절부절 하며 보낸 3월,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 지나고, 어느 덧 시련을 견뎌낸 초벌구이 도자기의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닮아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한일고라는 좋은 학교를 보내고자 했던 열망과 기대 때문에 많은 부모님들은 기대와 실망, 희망과 절망감이 교차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지독한 몸살들을 겪으셨을 겁니다.
이런 모든것을 현장에서 직접 들으시고 겪으셔야 하는 선생님들께서는 아마도 전생에 모질게 빚을 많이 지신것 같습니다.
아이들 도닥여 주시랴, 학부모들의 짧은 안목에 대한 애정어린 길잡이 되어 주시랴..., 어쩌면 멀리서 애태우는 에미의 가슴보다 더 진하게 더 까맣게 타 버렸을지 모르는 선생님들의 은혜로움을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있을련지요.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새삼 스승의 그림자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스승의 자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몇 자의 졸필로 선생님의 깊은 마음에 대한 답을 감히 대신하려 한다는 부끄러움이 앞을 가로 막지만 어떻게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몇 자 올립니다. 저희 아이가 복이 있는 놈인것 같습니다.
기숙사 친구들도 잘 만났고, 선생님도 잘 만나고, 그렇게 좋아하는 아무거나 걸치고 다닐 수 있는 곳, 바지에 벨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곳, 무엇보다 엄마의 잔소리로 부터 해방된 자유인,
내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마음껏 공부 해 볼 수 있어 좋은 곳, 아무리 공부하는 척 해도 아무도 흉보거나 건들거나 왕따 시키지 않는 곳,
중학교 때의 삐까번쩍했던 성적으로 내심 기대했다가 왕창 침몰도 당해보고 돈 주고도 못해 볼 인생의 대 역전을 맛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가 조금 뒤처지기는 하지만 해 볼 만 하다는 자신감과 스스로의 능력을 믿어 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진 것 같아 좋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은 아니겠지요. 자나깨나 아이들을 독려하시고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 들이지요.
선생님!
한 학기 동안 너무 너무 애 많이 써셨구요, 정말 정말 감사하단 말씀 또 드립니다.
그 동안 선생님께서 공들여 키워 보내 주신 아들 방학동안 잘 돌봐서 무사히 선생님 곁으로 돌려 보내겠습니다.
짧은 방학기간이지만 사모님께 열심히(?) 봉사 해 주시고 무사히 학교로 돌아 오셨으면 좋겠구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 아이들과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학년 5 반 화이팅! 우리 선생님 화이팅!!!.

우리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과 아들을 무조건 믿는 학모 올림